“이에는 이”… 美·러시아 제재 맞대결

입력 2014-03-22 04:33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제재 대상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등으로 대폭 확대했다. 러시아는 미국 내 거물급 정치인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측근을 제재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하원에 이어 상원이 크림자치공화국 합병 법안을 승인하고, 푸틴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법적 절차를 마무리했다.

미 정부는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공화국 합병 강행과 관련해 러시아인 20명과 현지 은행 1곳을 추가로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러시아 정부·의회 인사 7명과 우크라이나인 4명을 제재한 데 이어 2번째 조치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푸틴의 오른팔인 세르게이 이바노프 대통령 행정실장(비서실장)과 푸틴의 심복으로 알려진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 등이 포함됐다. 푸틴의 돈줄로 지목되는 유리 코발축 방크 로시야(로시야은행) 이사회 의장도 제재를 받는다. 이들은 미국 내 보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여행도 금지된다. 미국의 기업이나 개인은 이들과 거래할 수 없다.

러시아 고위 관리들의 사금고로 알려진 방크 로시야는 러시아 금융기관 중 처음으로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 재무부의 블랙리스트(관리대상)에 오른 은행은 미국은 물론 유럽 등 서방 은행과의 각종 거래에서 제외되고 달러 결제가 불가능해진다.

유럽연합(EU)은 정상회의 첫날인 이날 러시아의 크림 합병과 관련해 12명을 자산 동결 및 여행 금지 대상에 추가키로 결정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뒤이어 21일에는 EU 지도자들과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가 EU-우크라이나 정치부문 협력협정에 서명했다. 본격적인 우크라이나 포용 정책에 시동을 건 셈이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번 협정 체결은 EU-우크라이나 관계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것이며 앞으로의 관계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정에는 민주주의 가치 공유, 경제협력 강화, 사법 개혁 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EU는 경제적 지원과 아울러 협력협정의 정치 부문을 우선 체결한 뒤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 분야 협력협정 체결도 서두를 계획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의 추가 제재 발표 후 성명에서 미 정부 인사와 정치인 등 9명에 대해 비자 발급 중단 등의 제재를 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추가 제재가 아닌 1차 제재에 대한 대응이라는 게 러시아 측 설명이다. 러시아도 추가 제재에 나설 여지가 있는 셈이다.

제재 대상에는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 등 의회 핵심 인사가 포함됐다. 캐럴라인 앳킨슨 대통령 국가안보 부보좌관, 대니얼 파이퍼 대통령 선임보좌관, 벤저민 로즈 대통령 보좌관 등도 제재를 받는다.

러시아 연방회의(상원)는 21일 크림공화국과 크림반도 남부 세바스토폴 특별시를 자국 연방으로 받아들이는 조약과 관련한 연방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곧바로 푸틴 대통령은 1783년 크림을 처음으로 합병한 제정 러시아 예카테리나 여제의 이름을 딴 예카테리나홀에서 “크림의 합병은 놀라운 이벤트”라는 언급과 함께 법안에 서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