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저녁 무렵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앞.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만찬을 위해 이곳을 찾은 미셸 오바마 여사 가족을 반갑게 맞았다.
이들은 서로 안부를 주고받은 뒤 기념촬영까지 끝내고 회견실로 자리를 옮겼다. 두 퍼스트레이디는 이날 낮과는 달리 만찬 분위기에 맞게 화려한 의상을 입었다. 미셸 여사는 빨강 원피스를, 펑 여사는 중국 전통 문양이 들어간 검정 상의에 같은 색 하의를 받쳐 입었다.
중국 네티즌들이 커다란 관심을 보였던 시 주석 부부의 외동딸 시밍쩌(習明澤·22)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미셸 여사의 두 딸 사샤와 말리아에 맞춰 하버드대학에 유학한 시밍쩌가 만찬에 참석하기를 기대했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이틀 뒤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다”며 “중·미 관계는 중국과 세계를 위해 아주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우리 두 사람은 직접 만나거나 통화, 통신 등을 통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양국은 공동노력을 통해 신형대국관계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미셸 여사는 “미국에서는 요즘 갈수록 많은 아이들이 중국어를 공부하고 중국으로 유학을 온다”며 “청소년 교류는 미·중 관계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퍼스트레이디는 앞서 베이징사범대학 제2부속중학교(고교에 해당)와 고궁(故宮·자금성)을 방문했다. 고궁 대화전 앞에서는 미셸 가족과 펑 여사가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미셸 여사는 검은색 상하의에 하얀색 셔츠를 받쳐 입었고 펑 여사는 남색 투피스에 빨간색 셔츠 차림으로 대체로 수수했다.
첫 일정인 베이징사대 2중 방문에서는 체육관에서 탁구 수업을 보고 서예와 로봇 수업도 참관했다.
펑 여사는 서예 시간에 ‘후덕재물(厚德載物)’이라고 썼다. 주역에 나오는 말로 ‘덕을 두텁게 하여 만물을 포용한다’는 뜻이다. 주로 ‘자강불식(自强不息·스스로 힘써 몸과 마음을 가다듬으며 쉬지 않는다)’과 함께 쓰인다. 그는 이 휘호를 미셸 여사에게 선물했다.
미셸 여사도 이에 영원할 ‘영(永)’자를 써 펑 여사에게 기념품으로 줬다. 공식적인 설명은 없었지만 두 사람 사이가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학교는 1984년 미셸 여사의 두 딸이 다니는 시드웰 프렌즈 스쿨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미셸 여사의 방중에 맞춰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국무원 직속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홈페이지에 ‘미셸 방중 특집 코너’를 별도로 만들었다. 네티즌들은 미셸 여사가 베이징에 도착한 뒤 조 바이든 부통령이 타는 ‘공군2호기’에서 내릴 때 입었던 의상이 중국계 미국인 디자이너 데렉 램이 디자인한 것이라고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퍼날랐다.
이들은 또 미셸 여사가 중국 방문 마지막 날인 26일 쓰촨성 청두의 티베트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을 놓고 ‘미국이 티베트를 묵시적으로 지지한다는 신호 아니냐’며 논란을 벌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에 대해 “(미셸 여사가)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모두 정치”라고 비꼬았다.
미국에서는 미셸 여사의 방중을 놓고 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미국 네티즌은 “미국 납세자의 돈이 미셸 여사가 타고 간 전용기 기름값으로 쓰였다”고 비판했다.
◇Key Word : 소프트 외교
경제력 군사력 등 하드 파워가 아닌 문화 교육 등 소프트 파워를 바탕으로 한 외교. 중국에서는 소프트 파워를 ‘연실력(軟實力)’이라고 부르면서 최근 ‘연실력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
튀는 패션 자제… 미셸·펑리위안 ‘담백한 만남’
입력 2014-03-22 04:28 수정 2014-03-22 1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