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 물 때문에… 어린이 20초마다 한 명씩 죽어간다
입력 2014-03-22 02:41
20초마다, 그러니까 시계 초침이 스무 번째 째깍 소리를 낼 때마다 어디선가 한 명의 아이가 물 때문에 죽는다. 1분에 3명, 1시간에 180명, 하루에 4320명꼴이다. 요즘 어느 전쟁터에서도 이렇게 많은 아이가 죽지는 않는다.
구호단체 하이드레이팅 휴머니티는 성인을 포함하면 물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357만5000명에 달한다고 말한다. 부산 전체 인구(350만명)가 1년 만에 몰사한다는 얘기와 같다.
아프리카에서 물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은 72%가 여자와 15세 미만 아동이다. 이 지역 여성은 물을 길어오려고 매일 평균 4시간씩 걷는다. 전 세계 여성이 하루 동안 물 긷는 시간을 모두 합치면 2억 시간(2만2831년)이다. 미국 뉴욕의 102층짜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하루에 28채씩 세울 수 있는 노동량과 맞먹는다고 한다. 물 긷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야생동물의 습격부터 강도와 성폭력 같은 범죄에 노출되고 교육의 기회를 포기해야 한다. 이렇게 길어온 물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구호단체들은 국제사회가 식수와 위생에 투자하면 이들을 살릴 뿐 아니라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여성과 아이들이 물 긷는 데 쓰던 힘과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련 투자로 학교에 돌아가는 아이가 1년에 2억7200만명 정도다. 이렇게 교육받은 아이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는 연간 약 36억 달러(3조8484억원)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실시한 연구에선 식수와 위생시설에 1달러 투자할 때마다 향후 최대 34달러의 효과가 난다는 결과가 나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