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조총련의 위기
입력 2014-03-22 02:34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1955년 5월 창립된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조총련은 민족진영의 재일동포자치단체인 민단에 맞서 설립된 공산진영의 재일동포단체다. 조총련은 대남적화공작을 수행했고 북한 노동당의 지도를 받는 학습조를 설치했다.
조총련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친북재일동포에 대한 교육사업 등을 벌였다. 한때는 남파되는 북한 공작원의 우회 침투와 대남공작의 거점 역할까지 했다. 고 육영수 여사를 숨지게 한 문세광의 8·15 저격사건을 일으켰고, 재일동포 9만여명을 선박에 태워 북송시키기도 했다.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까지 3대에 걸쳐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조총련 중앙본부는 일본과 국교를 맺지 않은 북한의 공관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 세계를 경악케 한 장성택 처형으로 조총련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조총련 안에서 재력 있는 상공인들 중에 장성택파로 분류된 이들이 많은데 장성택 제거를 계기로 조직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창립 초기에는 조총련 구성원이 재일동포의 80%에 해당하는 43만명에 달했으나 현재는 5만명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총련은 1990년대 후반부터 조총련계 조은신용조합 지점들이 잇따라 파산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본 채권정리기관인 정리회수기구(RCC)는 부실채권을 회수하면서 조은신용조합에 천문학적 규모의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 RCC는 공적 자금 투입액 가운데 627억엔이 조총련에 흘러들어 갔다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또 소송 결과를 근거로 일본 도쿄에 있는 조총련 중앙본부 건물과 토지 등을 압류해 경매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1·2차 경매 과정을 거치는 우여곡절 끝에 20일 일본 부동산 투자회사인 마루나카 홀딩스가 22억1000만엔에 사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도쿄법원이 마루나카 홀딩스의 입찰서류를 검토해 오는 24일 매각을 허가하면 조총련은 이 건물에서 짐을 싸야 한다. 조총련 측은 불복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하지만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 같다.
조총련은 북한 조직 안에서도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 안팎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조총련의 앞날이 매우 불투명하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