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헤이그 회담, 한·일 관계 물꼬 트는 場 돼야

입력 2014-03-22 02:21

한·미·일 정상회담이 내주 초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다. 비록 3자 정상회담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마주 앉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이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음 달 한·일 순방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요청으로 성사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회담에서 파국 일보 직전의 한·일 관계에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일 3국은 한배를 타야 하는 공동운명체다. 역내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도 빈틈없는 3국 공조는 필수다. 한·미 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한·일 관계가 틀어져서는 북핵문제 해결이 더뎌질 뿐이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경색된 지금의 한·일 관계는 우경화로 치달은 일본이 원인을 제공한 게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양국관계를 이대로 방치하는 건 우리에게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

한·미 양국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과 공격을 받은 공통 역사를 갖고 있다. 역사문제나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있어 미국의 인식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터다. 하지만 그간 미국은 중립 입장을 취해 왔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역사문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인 조치 없이는 한·일 관계에 미래는 없다는 점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확실히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한·미 양국이 완벽한 공조를 유지해야 아베를, 그리고 일본을 변화시킬 수 있다.

헤이그는 이준 열사의 한이 서려 있는 곳이다. 미·일 정상에게 한·일 관계 현주소를 이해시키는 곳으로 이만한 데가 없다.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은 우리의 강경하고, 원칙 있는 대일외교의 성과로 해석된다. 헤이그 정상회담이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먼저 손 내밀 필요는 없지만 일본의 정상회담 요청을 마냥 뿌리친다고 관계가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문제가 꼬일수록 만나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