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갑상선암 과잉진단 피해 줄이려면
입력 2014-03-22 02:01
한국에서 갑상선암이 폭증하는 이유가 과잉진단 때문이라는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의 최근 선언은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의대교수 등으로 구성된 ‘의사연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11년 한 해 약 4만명, 인구 10만명당 81명의 갑상선암 환자가 발생했다. 세계 평균의 10배가 넘는다. 지난 1986년에 비해 30배나 늘었고, 연평균 증가율이 23.7%에 이른다. 의사연대 측은 “실제 환자가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 안 찾아도 될 암까지 찾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사연대의 한 교수는 갑상선암 환자의 90%이상이 과잉 초음파검사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2000년대 이후 대형병원들이 고가의 초음파 진단기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투자비를 회수하려고 갑상선 초음파검사가 빈번하게 이뤄지다 보니 결과적으로 암 발병률이 급증한 것이다.
국내 갑상선암 환자 10명 중 9명은 수술을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2008년 한국의 갑상선암 발생률은 세계 1위인데도 사망률은 84위다. 별로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술을 남발했다는 의혹을 살 만한 통계다. 갑상선 제거수술을 하면 평생 갑상선기능 저하증을 안고 살아야 한다. 매일 호르몬제를 먹어야 하고, 성대마비 등의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런 과잉진단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부도덕한 의료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과다진단은 갑상선암뿐만 아니라 제왕절개, 척추수술 등의 경우에도 심각하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1년 조사결과 MRI(자기공명영상장치)와 같은 특수·고가 의료장비 보유대수는 선진국 평균보다 훨씬 더 많은 반면 의료 인력은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과잉진료의 폐해를 줄이려면 의료수가를 조정할 때 특수·고가장비 의존도는 낮추고 의료 인력 투입을 늘리는 의료행위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