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칼럼] 상생을 위한 협력과 섬김이 필요하다
입력 2014-03-22 02:29
샛강이 살아야 큰 강이 산다
이 표어는 한 언론기관에서 내세운 것이다. 작은 물줄기가 살아야 큰 물줄기도 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원 취지는 작은 샛강이 오염되지 않도록 해야 된다는 환경운동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표어를 교회가 차용하면서 확대 해석하였다. 즉 작은 교회가 살아야 큰 교회가 살 수 있다는 의미이다. 미자립, 농어촌 교회가 살아야 도시, 대형 교회가 살 수 있다는 식으로 응용한 것이다. 당연한 이론이다. 문제는 샛강인 미자립, 농어촌 교회를 어떻게 살릴 수 있느냐에 있다.
비교적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는 큰 교단들의 경우 미자립 교회가 40% 안팎이라 하고, 어떤 군소 교단은 70%, 또는 80%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농어촌 교회의 경우, 미자립도가 약 90% 된다고 말한다. 한국적 사회 현상의 문제로 지적되는 노령화는 특히 농어촌에 심하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농어촌이 많다. 자연히 농어촌 교회도 젊은이가 없는 노인들 중심의 교회가 될 수밖에 없다. 이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말하자면 샛강이 자꾸 죽어가는 것이다. 물론 한국 교회는 전반적으로 교인이 감소하는 추세이며, 젊은이들이 점점 교회를 떠나고 있다. 이것은 또 다른 복합적인 이유에서 생겨난 안타까운 현상이다.
그러나 대도시 큰 교회들은 최근 언론 보도대로 50% 이상이 이동 성장을 한다. 물론 같은 대도시지역 교회에서 볼 수 있는 이동현상이지만 지방 농어촌지역 교회에서의 이동도 적지 않다. 그런 면에서 도시 대형 교회들은 농어촌 미자립 교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농어촌 교회나 미자립 교회와 대도시 교회들은 서로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
농어촌교회 섬기기, ‘학사 사역’을 제안한다
대도시 교회들은 교회 나름대로 미자립 농어촌 교회들을 다양하게 섬기고 있다. 매월 얼마씩의 재정적 후원이 주된 섬김이다. 그 외에 농어촌 목회자 초청 위로회나 각양의 세미나 또는 농어촌 주일학교 어린이 초청행사 등을 하고 있다. 나름 의미 있는 일이고 도시 교회가 보이는 농어촌 교회에 대한 관심이다. 또는 도농교회 자매결연과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 개설 등을 통해서 섬기기도 한다.
여기서 필자는 대도시 교회들이 농어촌 교회를 섬기는 일환으로 하나의 사역을 제안하고자 한다. 학사를 설립하자는 운동이다. 지금 농어촌 목회자의 가장 큰 바람이 있다면 자녀 교육일 것이다. 특히 대학을 서울 등 대도시로 가게 될 경우, 어려움이 참 많다. 경제적으로 우선 대학의 등록금 마련이 힘들고 그것보다 주거 생활비가 더 어렵다. 근래 서울의 경우 방값이 말이 아니다. 전세도 그렇지만 지금은 월세로 많이 바뀌어서 매월 수십만 원씩 들어간다. 일부 대학에 기숙사가 있지만 터무니없이 부족하기에 농어촌교회 목회자의 어려움은 참으로 크다. 요즘 전국적으로 많은 교회들이 학사를 준비하고 농어촌 교회 자녀들을 받아들이는 사업을 하고 있음은 고무적이다. 필자가 시무하는 교회의 경우 10년 전에 학사 사역의 필요성을 느끼고 교회 주변에 학사 두 동을 마련해 지금도 남녀 약 50명의 대학생을 입사시키고 있다. 농어촌 목회자 자녀와 해외 선교사 자녀들이다.
학사라는 것이 단순히 주택 제공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가정과 교회를 떠나 대학생활 하면서 자칫 신앙생활을 소홀히 할 수도 있기에 담당 교역자를 두어 교회 생활과 예배, 그리고 한 가지 이상의 봉사를 할 수 있도록 철저히 지도하고 있다. 주 1회 새벽기도와 학기 초 개강 수련회를 통해서 신앙지도를 한다. 특별한 경우 장학금도 준다. 자칫 무질서해질 수가 있어 관리를 위해 귀가 시간도 정해놓고 규칙을 어기면 벌점을 부여하며 아주 잘못되면 퇴사시키기도 한다. 지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교회들이 교회 형편을 따라 작게는 연립주택 하나만 구입해서라도 학생 4∼5명씩을 입사시키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회 1000곳만 동참하면 5000명 정도의 농어촌 목회자와 선교사 자녀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이런 운동을 통해 빚진 자 의식으로 대도시 교회들이 농어촌 교회와 선교사를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 도시 교회와 농어촌 교회, 큰 교회와 작은 교회, 국내 교회와 선교 사역자 사이에 서로 섬기며 상생할 수 있는 운동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김경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서현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