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들인 리모델링 비용 돌려달라”… 전 건물주 MB에 소송 건 중국집 사장 패소
입력 2014-03-21 02:31
이모(57)씨는 1994년 10월 이명박(73)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에 소유했던 100평대 건물을 빌려 중국음식점을 운영했다.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3억여원을 투자했고, 매달 월세 450만원을 냈다. 장사는 호황을 이뤘고, 이씨는 2년 계약을 세 번 연장했다. 서초동 인근에서는 ‘맛집’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씨는 건물을 증축해 규모를 키우기로 마음먹고, 2000년 6월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에 위치한 이 전 대통령 사무실을 찾아갔다.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증축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은 이씨는 2000년 10월 6억여원을 들여 1층 건물을 2층으로 증축했다.
이씨는 이어 이 전 대통령과 2002년 10월을 만기로 하는 2년 계약을 맺었다. 이씨는 거액을 들여 건물을 증축했으니 장기 계약이 보장될 거라고 예상했다. 월세가 1350만원으로 올랐지만 6년 정도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씨는 계약만료를 앞둔 2002년 9월 이 전 대통령의 대리인인 처남 김재정(작고)씨로부터 ‘가게를 비우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김씨는 2003년 11월 부동산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신청이 나오자 가게 입구를 쇠사슬로 묶고 식당 운영을 못하게 했다. 이씨가 재계약을 못하게 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채권자들도 이씨를 찾아와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결국 “1억3300만원을 받고 건물을 이 전 대통령에게 인도하고, 건물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김씨와 작성하고 영업을 포기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9월 ‘재산을 환원하겠다’며 중국음식점이 있는 건물을 청계재단에 증여했다. 이씨가 증축한 건물은 현재까지 중국음식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해당 음식점은 현재 권리금 5억여원에 거래될 만큼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해 이 전 대통령과 청계재단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부장판사 이정호)는 20일 ‘이씨가 합의를 했으므로, 이 전 대통령 측이 건물 증축비용을 부당하게 취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한 계약이라 불공정 계약”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씨는 또 “이 전 대통령이 2000년 6월 면담 당시 ‘모든 일은 상식선에서 처리될 것이니 믿고 해보라’며 사실상 구두로 장기계약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런 말이 오갔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판결 직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상 6억원을 들여 건물을 새로 지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고 싶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