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과 동기로 신입생환영회 다녀오다… 뇌사 빠진 여학생 가족들 장기기증 결정

입력 2014-03-21 04:01

남녀 대학생, 폭주 버스가 덮친 30-1번 맨 뒷자리 탔다 참변

서울 송파구에서 19일 밤 발생한 시내버스 다중 추돌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장모(18)양과 사망한 이모(19)군은 경기도 성남시 동서울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였다. 신입생 환영회를 마치고 함께 귀가하던 길에 참변을 당했다. 신호 대기 중이던 30-1번 버스 맨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던 이들을 3318번 버스가 뒤에서 덮친 것이다. 동승했던 대학 동기 한모(19)군은 앞좌석에 따로 앉아 있어서 경상에 그쳤다.

장양은 사고 직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가는 길이야. 버스 탔어. 조금 있다가 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군의 시신은 서울 종로구 적십자병원에 안치됐고, 장양은 송파구 아산병원 응급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장양의 가족들은 오후 3시30분쯤부터 응급중환자실에서 장양을 면회했다. 장양 어머니는 아들 품에 안겨 흐느끼다가 부축을 받으며 응급중환실로 힘겹게 들어갔다. 다른 가족·친지들도 장양 얼굴을 본 뒤 가족 대기실로 자리를 옮겼다. 대기실 밖으로는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뒤늦게 도착한 지인들은 “이게 무슨 일이냐”며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대기실 밖에서는 장양의 친구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장양의 가족은 그녀가 뇌사 상태에 빠지자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동생은 “누나와 작별 인사도 못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가족들이 상의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건 몰라도 가족들한테는 정말 잘했던 사람이다. 누나가 평소에 장기기증에 대해 뜻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착한 누나가 살아 있었다면 장기기증을 택했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산병원 측은 장기기증을 준비하기 위해 오후 4시쯤 장양을 응급중환자실에서 외과계중환자실로 이동시키고 각종 검사를 진행했다. 의료진은 오후 10시쯤 뇌사판정을 위한 뇌파 검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1일 오전 중 최종 뇌사판정 승인을 거쳐 장기적출 수술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증된 장기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가 선정한 이식 대상자들에게 이식된다.

장양은 ‘효녀’였다. 가족과 친구들에 따르면 장양은 지난달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으며 “월급을 타면 가족들에게 옷을 사주거나 용돈을 주겠다”며 별러 왔다. 대학생이 된 설렘으로 들떠 있기도 했다. 한 지인은 “대학 가면 예쁘게 화장도 하고 원피스랑 구두도 신고 다닌다고 했는데”라며 울먹였다.

이도경 정부경 박요진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