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영권 편법승계’ 새 꼼수 찾았나
입력 2014-03-21 03:56
국내 30대 그룹 중 절반 이상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편법 상속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는 정관을 신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상황에서는 기존 주주에게도 제3자 배정을 통한 신주인수를 허용한다는 예외규정(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특별 예외규정)이 대표적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사 중 15곳의 상장 계열사 30개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본시장법 제165조의 6 제1항을 정관에 반영한다.
이 조항은 지난해 5월 자본시장법 개정 당시 신설된 것으로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기존 주주를 포함한 특정인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주주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지 않는 상법에 대한 예외를 규정한 것이다.
문제는 예외의 기준이 되는 ‘특별한 경우’를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재벌들이 이 같은 허점을 악용하면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일감몰아주기 등 기존 경영권 승계에 이용해온 방식들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재벌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정구성 연구위원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결정이라는 점을 어떻게 검증하느냐는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해당 조항이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 이번에 이 조항을 정관에 반영하는 그룹 중 상당수가 2, 3세에 대한 경영권 승계 방안을 고민해오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 등에 따르면 한진(한진해운·이하 괄호안은 정관 개정 상장계열사), 한화(한화, 한화케미칼), 신세계(신세계푸드), KCC(KCC, KCC건설), 대성(서울도시가스) 등이 경영권 승계 작업이 필요한 그룹사로 꼽히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