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저금리 시대 막 내리나… 美, 2015년 상반기 인상 예고
입력 2014-03-21 02:08
옐런 美 연준 의장, 금리 인상 시사 파장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로(0) 금리’와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경기부양책을 확실히 끝내겠다는 예고다. 경기회복에 따른 자신감의 표현이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은 자금 유출 우려로 비상이 걸렸다. 정부뿐 아니라 다음 달 취임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게도 무거운 숙제가 주어진 셈이다.
옐런 연준 의장은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종료 이후 6개월 안에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은 옐런 의장이 처음으로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월 650억 달러 규모인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 달러 추가 축소키로 결정한 직후 나왔다.
하나대투증권 소재용 연구원은 20일 “FOMC 회의마다 100억 달러 내외로 테이퍼링에 나선다면 10월 FOMC에서는 연준의 자산 매입이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옐런 의장의 발언을 감안하면 양적완화가 오는 10월 종료될 경우 내년 4월쯤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연준 관리들은 일단 인상이 시작되면 당초 예상보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가 내년 말 1%, 2016년 말 2.2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각각 0.75%, 1.75%로 예상됐던 것보다 인상 속도가 빠른 것이다. 연준은 경기부양을 위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0∼0.25%로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유지해 왔다. 지금까지 시장에선 금리 인상 시점은 일러야 내년 하반기쯤으로 예상했다.
연준은 FOMC 회의 후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 등을 통해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상단을 기존 3.2%에서 3.0%로 낮췄다. 또 금리 인상을 위한 ‘선제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수정하면서 실업률 목표치(6.5%)를 없애는 대신 실업률을 포함한 고용 상황과 물가상승률, 경기 전망 등 광범위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조기 금리 인상을 시사한 옐런 의장이 데뷔 무대에서 ‘상당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에서 금리 인상 단행 시점으로 시장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옐런 의장이 시장 충격을 줄이고자 서서히 군불을 때고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옐런 발언 직후 미 뉴욕증시는 하락세로 마감했고, 미국의 국채 수익률(금리)은 상승했다. 20일 코스피지수(-0.94%)를 포함해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지수(-1.65%), 대만 가권지수(-1.06%)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5.7원 오르는 등 아시아 주요국 통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자 신흥국에선 ‘버냉키 쇼크’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금리 인상에 조기 착수할 경우 달러화 선호 현상 등에 따라 우리나라의 환율과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의 경기 둔화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맞물릴 경우 금융·외환시장의 단기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연구위원은 “미국이 조기에 금리를 높일 경우 투자자금이 신흥국에서 미국 등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지고 중국 등 여타 신흥국 위기가 동시 다발적으로 터질 경우 상대적으로 내성이 강한 한국 경제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0개월째 동결했던 한은의 통화정책 향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한은 총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 등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내비쳤기 때문이다.
옐런 발언으로 금리 인상 시점 등 불확실성이 해소된 측면이 커진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는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국내경제팀장은 “미국 경기가 견고하다는 긍정적 요인이 신흥국 외국자본 유출이라는 부정적 요인을 상쇄할 수 있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명확해진 만큼 한은이 올해는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