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서 위조 차원 넘는 사실 새로 밝혀져… “국보법 날조 혐의 적용” 목소리

입력 2014-03-21 03:12

협조자 김모(61)씨가 국가정보원에 넘긴 유우성(34)씨 관련 문서가 단순 위조가 아닌 날조된 것에 가깝다는 사실이 20일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팀의 법 적용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앞서 ‘싼허(三合)변방검사참의 답변서’를 제작한 김씨와 이를 건네받은 국정원 김모 조정관(일명 ‘김 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모해증거위조 혐의 등을 적용했다. 형량이 더 높은 국가보안법 날조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윤 검사장은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지난 18일 “아직 위조인지 날조인지 사실관계가 특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사전적 의미의 날조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인데, 김씨의 문서 제작이 ‘비슷한 것을 만들어내는’ 위조를 넘어 날조에 해당하는지는 수사가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지금까지 밝혀낸 사실만으로도 국보법 날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의견이다. 김씨는 중국의 한 호텔방에서 원래 존재하지 않던 문서를 생산했다. 게다가 김 조정관이 김씨에게 문서에 들어가야 할 내용을 미리 자세히 일러줬다. 중국의 다른 공문서를 베낀 것이 아니라 유씨에게 불리한 허위 정보를 선택적으로 담아 새로운 문서를 만든 셈이다. 지방의 한 고법 부장판사는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꾸며낸다는 게 날조의 뜻인데, 김씨의 행위는 명백히 날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날조의 개념을 좁게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날조라는 개념은 위조라는 개념을 포괄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쓴 책 ‘국가보안법’에서도 ‘날조는 위조를 포함한다’고 나와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경우 위조로 볼 수도 있고 그보다 넓은 개념인 날조로 판단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검찰이 국정원을 감싸기 위해 국보법 날조죄보다 형량이 낮은 모해증거위조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내부에서 법 적용을 두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