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빅뱅과 하나님의 창조

입력 2014-03-20 17:58 수정 2014-03-21 08:49


우주가 태초의 대폭발로 시작됐다는 빅뱅 이론의 증거를 확인했다고 미국 스미소니언 재단이 발표했다. 기독교인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 것인지, 기독 과학자의 글을 싣는다.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연구센터는 남극 기지에 세워진 특수 천체 망원경으로 빅뱅 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던 인플레이션(급팽창)의 증거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인플레이션이란, 원자보다 작은 한 점에서 빅뱅으로 초고온 고밀도의 우주가 탄생한 직후, 10-35초만에 1026배로 급격하게 커지는 단계다. 그 뒤 우주가 천천히 확장돼고 있다는 것이 인플레이션 빅뱅 이론이다. 이번 발견은 인플레이션 때 발생한 중력파의 간접 증거로, 중력파를 직접 발견한 것은 아니다.

우주에 대한 창조론의 주장은 휴 로스(Hugh Ross)와 같이 ‘하나님이 빅뱅으로 우주를 창조했다’고 보는 유신론적 빅뱅론과 ‘상대적으로 최근에 현재의 모습 그대로 우주를 창조했다’는 성년 우주 창조설 등이 있다. 두 주장 모두 “하나님이 하늘을 펴셨으며”(사40:22)라는 성경에 근거해 하나님이 공간과 시간을 펼쳐 우주를 창조했다고 본다. 즉 구약 성경에 이미 하나님이 하늘이라고 표현된 공간과 시간을 펼쳤다고 기록돼 있다는 것이다. 1926년 허블이 발견한 우주의 팽창은 놀랍게도 이미 오래전에 이사야서에 기록돼 있는 셈이다.

문제는 창조의 순간이 언제인가 하는 것인데, 휴 로스와 같이 약 137억년 이전의 빅뱅으로 보는지, 상대적으로 최근에 현재의 모습 그대로 창조되었는지가 쟁점이다. 중력파 흔적의 발견은 기존 빅뱅 이론을 더 강화시켰다. 하지만 옥스퍼드대 물리학 교수 로저 펜로즈나 빅뱅 이론을 수십년 연구한 프린스턴 대학교 폴 스타인하르트 교수가 지적했듯이 여전히 빅뱅으로 우주가 만들어졌을 확률은 10의 수백승 분의 1만큼 작다. 이번 발견으로 빅뱅의 증거가 더 강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난제가 있다.

젊은 우주론자들은 하나님이 현재의 모습 그대로 공간과 시간을 펼쳐 순간적으로 창조했다고 믿는다. 중력파 흔적도 이 흔적으로 해석한다. 창조된 아담이 약 30세로 보이듯, 이때 창조된 우주도 겉보기에는 매우 오래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같이 동일한 과학적 증거도 해석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창조과학은 그동안 생명의 창조, 인간의 탄생, 노아의 홍수 등에 관해서는 많은 증거와 연구 결과를 축적해 왔지만, 우주에 관해서는 창조론적 모델을 확립하는데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주 창조의 과정은 어떤 측면에서는 과학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자동차가 달리는 원리와 조립되는 원리가 전혀 다르듯이, 현재 우주의 운행 법칙과 우주 창조의 법칙은 전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주의자들은 우주의 운행과 창조를 모두 물질적 과정에서만 이해하려는 근본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의 과학 보도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런 연구로 ‘하나님의 창조가 허구로 밝혀졌다’거나 ‘생명 탄생의 비밀이 밝혀졌다’고 과장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우주의 기원은 여전히 미지로 남아있다. 과학은 여전히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언론 보도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이 겸손히 우리의 한계와 무지를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과학계의 발견과 논쟁을 지켜봐주시길 당부하고 싶다. 우주의 창조의 비밀은 오직 하나님만이 알고 계실 것이다.

권진혁 영남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