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절단 고려인 동포 전비탈리씨, 국민일보 독자 성금으로 의족 구입… “고국의 사랑에 감사”

입력 2014-03-21 03:46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 종교국을 찾은 고려인 동포 전비탈리(44·우즈베키스탄)씨는 살구색 의족을 들어 보이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전씨는 지난해 8월 경기도 안산 지인의 집에서 모임을 갖던 중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오른쪽 허벅지를 크게 다쳤다. 신경이 끊어지면서 무릎 위까지 절단했지만 반년이 넘도록 도움을 받지도, 처지를 호소할 곳도 찾지 못했다. 경제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지인도 주위에 없었고, 자신을 그렇게 만든 가해자는 구속된 상태였다.

그의 안타까운 사연이 보도(본보 3월 4일자 28면)되자 보름 만에 개인과 단체 20여 곳으로부터 성금 840여만 원이 답지했다. 서울고려인교회와 일산참빛교회, 제일교회, 동포교육지원단 등 교계 안팎의 단체들과 ‘예수님’ 명의로 보낸 익명의 후원자에 이르기까지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보탰다.

전씨는 자신의 처지를 외부에 알리며 도움을 요청해 준 한관희(안산 다사랑외국인미션센터) 선교사, 고광신(서울고려인교회) 목사와 함께 지난주 서울 용산의 보조기구 업체에서 600만원 상당의 의족을 맞췄다. 남은 후원금은 전씨의 재활 치료와 귀국 항공료 등의 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의족을 처음 착용하고 바로 국민일보를 찾은 전씨는 본보 독자들에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선물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선교사는 “선한 사마리아인 같은 분들이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살아있음을 깨달았다”면서 “무엇보다 전씨에게 꼭 필요한 액수만큼 채워져 너무나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10년째 고려인을 대상으로 목회 중인 고 목사는 “전씨가 이번 일을 계기로 하나님을 만나고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전씨는 본보에서 선물로 마련한 ‘쉬운말성경’(성서원) 한 권을 건네받으며 “교회에 꼭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글·사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