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직도 선거 앞두고 공짜밥 먹고 먹이나
입력 2014-03-21 02:21
선거에 출마할 예비 후보자들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받을 경우 제공받은 금액의 50배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가 시행된 것은 2004년 3월이다. 그 즈음 서울의 유권자 3명이 한 정당 필승전진대회에 참석한 뒤 총선출마 예정자 측으로부터 6000원 상당의 초콜릿을 선물 받고 인근 식당에서 925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받았다가 적발돼 76만2500원씩의 과태료를 문 것이 첫 번째 사례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지만 선거철만 되면 ‘과태료 폭탄’을 맞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6·4지방선거를 앞둔 현재도 마찬가지다. 경남 김해, 경북 예천 청도 포항 그리고 충남과 전남에서 유사한 일들이 벌어졌다. 대부분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에게 ‘공짜 식사’를 대접받은 경우다. 15∼50배의 과태료를 부과 받은 유권자들은 통장, 종친회원, 직능단체 회원, 노인대학생, 일반 주민 등 다양하다. 이들 중 일부는 밥 한 끼 먹고 120만원이 넘는 돈을 물어내야 한다.
이들에게 식사를 대접한 입후보 예정자들은 검찰에 고발되는 등 유권자들보다 엄중한 처벌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공직선거법이 강화된 이유는 선진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과태료를 내야 하는 개인 입장에서는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은 금액의 음식물이나 금품 제공이 전국적으로 동시에 벌어지는 상황을 가정하면 끔찍하다. ‘돈 선거’가 판을 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정부가 입후보 예정자의 기부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 활동을 벌이며, 적발될 경우 예외 없이 처벌하고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유권자들은 선거판에 더 이상 ‘공짜 식사’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공짜를 기대했다간 낭패를 당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1000원짜리 음료수라도 받으면 50배 과태료를 각오해야 한다. 또 선거법이 오래 전에 개정됐기 때문에 법을 잘 몰라 그랬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예비 후보자들과 관련된 모임이나 행사에는 아예 참석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하겠다. 아울러 선관위는 향응 수수 행위가 빈발하는 농어촌 지역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강화하길 기대한다.
깨끗한 선거풍토 조성은 정치인들보다 유권자들이 앞장서야 가능하다. 한턱 내겠다는 입후보 예정자들의 말에 솔깃해 무작정 쫓아가는 구태가 사라지지 않는 한 선거문화 개선은 요원하다. 오히려 주변에 적은 돈으로 환심을 사려는 입후보 예정자들이 있다면 투표 당일에 엄중히 심판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 공약 등을 꼼꼼히 따져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내 고향과 국가의 발전을 앞당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