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지도자면 어때… 인삼공사 ‘깜짝 카드’
입력 2014-03-21 02:47
“구단이 실험적인 선택을 한 것이죠. 나에게도 새로운 도전입니다. 어깨가 정말 무겁네요.”
‘이동남 카드’는 의외였다. 19일 대행체제 유지를 통보받은 안양 KGC 인삼공사 이동남(39·사진) 감독대행은 “뜻밖의 제안을 받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홍대부고와 연세대를 졸업한 이 감독대행은 한때 파워포워드로 활약하다 허리 부상 탓에 연세대 재학 시절부터 선수단 매니저로 일했다. 그는 1999년부터 프로농구와 인연을 맺은 뒤 인삼공사의 전신인 SBS에서 선수단 매니저와 지원 프런트 업무를 했고, 2009년부터는 코치로 활약했다.
그는 다섯 시즌 동안 코치로 지도자 수업은 충분히 받았다. 올 시즌 막판엔 이상범 감독이 물러난 뒤 정규리그 6경기를 지도해 2승4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가 극복해야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팀의 주축선수인 김태술과 양희종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고, 오세근은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이 감독대행은 “일단 선수구성이 돼야 외국인선수도 거기에 궁합이 맞게 구상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코치들과 상의해 최적의 구상을 해보겠다”고 했다. 그나마 그가 차기 시즌을 이끌게 됨에 따라 김태술과 양희종의 이탈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낮아졌다. 그가 선수들과 쌓아온 신뢰가 깊은데다, 팀의 선장이 결정되면서 선수들도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이 감독대행은 파격적인 사령탑 선임이라는 평가 속에 ‘무명 지도자’의 성공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는 서울 SK 문경은 감독처럼 대행으로 시작해 감독 자질을 검증받게 됐다. 이 감독대행은 “어떤 농구를 하겠다기보다는 모두가 한 팀으로 어우러지는 농구단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다같이 고생하지만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는 한 번이라도 코트를 더 밟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윤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