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지식·통찰로 이성과 마음의 문제 파헤쳐
입력 2014-03-21 02:20
깊은 마음의 생태학/김우창/김영사
한국 인문학의 자존심이라 할 김우창(사진) 고려대 명예교수의 후반기 사상을 압축한 사상서이자 철학서.
2005년 한국학술협의회의 요청을 받고 ‘마음의 생태학’이라는 제목으로 행했던 연속강좌 내용을 담고 있다. 페이지 여백에 붙어 있는 짧은 주석은 당시 계간지 ‘비평’ 편집인으로 김 교수를 초빙한 출판사 생각의나무 박광성 대표의 솜씨로, 가독성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저자는 ‘마음의 생태학’이란 원래의 강좌 제목이 왜 ‘깊은 마음의 생태학’으로 바뀌었는가에 대해 이렇게 들려준다. “‘깊은 생태학’이란 말은 이미 하나의 고유한 의미 연관을 가진 말로 고착되어 있다. 여러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변용되기는 하였으나 원래 생태철학자 아르네 네이스가 스스로의 철학적 생태의식 구상을 그렇게 부른 것이다. 오늘날 인간이 부딪히고 있는 생태문제를 단순한 기후변화나 자연자원의 문제, 즉 인간적 이해관계의 관점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보는 공리적 입장에 대하여 그것이 인간의 존재론적 뿌리에 대한 의식에 관계된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나의 느낌도 이것이 생태문제에 대한 보다 심오한 이해가 아닌가 한다.”(14쪽)
그렇다면 제목에 들어 있는 ‘마음’이란 단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글쓰기의 목표, 아니 이제부터 들려줄 이야기의 목표를 가장 적확하게 드러내는 데 있어 제목에 대한 규명은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때 저자는 이에 대한 설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은 독자적인 것이기라기 보다는 그것이 헤엄치고 있는 물결의 색깔에 따라서 변하는 것이라고 하여야 할는지 모른다. 어떻게 하여 사람의 마음이 당대의 마음에 공시적 조정을 하는 것일까. 상당히 넓은 지역에 퍼져 번쩍이는 반딧불이 저절로 반짝이는 리듬을 맞춘다고 하는 것은 곤충 행태연구자의 흥미로운 관찰의 하나이다. 여기에 첨가할 수 있는 것은 보다 심각한 의미에서 사람의 생각에 이러한 공시적 상호관계가 있다는 사상가 그레고리 배잇슨의 주장이다. 그의 마음의 생태학은 사람의 모든 생각과 개념이 궁극적으로 하나의 체계에 묶인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시도이다.”(17쪽)
반딧불이 저절로 반짝이는 리듬을 맞추고 있듯, 사람의 마음도 세계에 복종함으로써 세계를 구성한다는 논지를 저자는 ‘진화의 인간’, ‘삶의 공간에 대하여’, ‘사람을 안다는 것에 대하여’ 등 모두 5장에 걸쳐 설파하고 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