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어린이책-어떤 게 정상이야?] 손짓언어도 생각도 나와 다른 내 친구… 그래도 소중해요

입력 2014-03-21 02:42


어떤 게 정상이야?(볼프강 코른·웅진주니어)

누군가 엄지와 검지를 모아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여준다면? 그것을 바라본 사람의 입가에는 미소가 맴돌 것이다. ‘좋다’ ‘잘 됐다’는 뜻이므로. 그런데 벌컥 화를 내는 이들도 있다. 바로 남유럽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그 손짓은 “너는 …똥구멍이야!”라는 욕이므로. 엄지손가락을 곧추 세우는 것도 ‘당신이 최고야’가 아니라 욕으로 받아들이는 나라도 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이란 등 아랍 지역 나라에선 심각한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어떻게 똑같은 손짓을 이처럼 다르게 받아들이는지 어처구니없을 정도다. 어디 손짓뿐이겠는가. 음식, 시간의 개념, 성인식, 결혼식, 질병에 대한 자세, 미에 대한 관점, 죽음을 대하는 자세 등도 마찬가지다. 나라, 문화, 사회계층, 종교에 따라 제각각이다.

물론 민족이나 문화 등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나 똑같이 하는 행동들도 있다. 이른바 보편성이다. 화남 두려움 기쁨 등의 얼굴표정, 태교, 음악과 춤, 여자 대 남자 또는 아군 대 적군 등 대립 쌍으로 생각하기 등 많은 것들이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독일의 대표적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문화적 편견에 대한 진실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초등학생 눈높이에서 풀어내고 있다.

저자를 길라잡이로 이름도 생소한 아프리카 소수 민족의 문화에서부터 유럽대도시의 최신문화까지 여행하다보면 문화란 정상과 비정상, 가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을 시나브로 깨닫게 된다.

나아가 우리와 다른 문화도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는 글로벌 시민의 덕목도 저절로 갖추게 된다.

우리의 자녀들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아니 벌써 살고 있다. 30명 내외인 학급에 우리와는 다른 말을 하고 다른 모습의 엄마를 가진 친구가 하나 둘쯤 있게 마련이다. 그런 자녀들에게 다른 문화를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해줄 만한 책이다. 김희상 옮김.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