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安 중도노선 투쟁에 민주당 ‘부글’… 안철수, 6·15와 10·4선언 삭제 요구 논란에 사과

입력 2014-03-20 03:03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9일 통합신당(새정치민주연합) 강령에 6·15선언, 10·4선언 삭제를 요구했다는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사실상 사과했다. 신속한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에선 정강정책, 당명 등에 대한 안철수식 노선 투쟁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탈이념’을 내세운 안 의원이 중도에 집착하면서 고정 지지층을 실망시키고 민생 이슈까지 놓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安 “사실 아니다, 유감” 표명했지만=안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6·15선언, 10·4선언 계승 문구 삭제를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저는 대선 전부터 6·15선언과 10·4선언의 정신은 발전적으로 계승해야 할 소중한 가치로 누차 천명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최종적으로 마무리될 정강정책의 내용을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신속한 수습에 나섰지만 민주당에서는 누적된 불만이 표출됐다. 전날 민주당 상임고문단이 우려를 표한 데 이어 이날도 민주당 의원들은 릴레이로 안 의원 측을 비판했다. 정청래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새정치연합의 주장은 주춧돌 없이 기둥을 세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정 오영식 최재성 의원 등 ‘혁신모임’ 소속 의원들도 국회에서 회견을 열고 “6·15선언과 10·4선언이 신당의 정체성과 강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의 새정치연합은 공동위원장단 회의를 열고 약 2시간 동안 당헌당규 초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신당의 지도체제 및 의사결정구조 등을 놓고 이견을 노출했다. 당헌당규를 마련해 온 이계안 공동위원장이 회의 도중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중도 논란에 고정 지지층 건드렸나=민주당 내에서는 안 의원의 중도 공략이 민주당 고정 지지층의 ‘역린(逆鱗·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6·15 및 10·4선언 삭제 논란은 열성 지지자를 화나게 하는 것”이라며 “안 의원이 부지런히 하고 있지만 역사인식과 전략적 마인드는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의 한 관계자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가계부채 등 민생 대책을 말할 때지, 당명이나 강령으로 다툴 때가 아니다”라며 “안 의원이 중도라는 이념·노선 투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창당 선언 이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창당 경로나 당명, 정강·정책 등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통합신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다. 창당 선언 직후 35%를 웃돌던 지지율은 30%에 턱걸이를 하더니, 서울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17일 국민일보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0% 포인트)에서는 20%대 초반까지 내려갔다.

이런 가운데 안 의원은 냉랭한 관계를 유지했던 문재인 의원과 조만간 회동키로 했다. 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어제 통화를 했으며 일정을 맞춰보고 있다”며 “문 의원이 부산에서 창당대회 있을 때 꼭 오신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 의원도 “(안 의원을) 곧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산하 새정치비전위원회는 1차 혁신안으로 국회의원 비례대표 의석 대폭 확대를 제안했다. 백승헌 새정치비전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기초선거 공천 폐지 문제가 국민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 신중하게 모니터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기초선거 공천 폐지 재검토라는 해석이 나오자 백 위원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임성수 정건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