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사업 40년(중)] 광학·정밀주조 기술 자타공인 ‘방산업계 히든 챔피언’

입력 2014-03-20 03:05


(중) 방위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주역들 ②

방산업체 가운데는 다른 업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독자적인 기술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방위산업 분야는 선진국들이 엄청난 비용과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을 들여 선점한 첨단·정밀 기술들이 많다. 하지만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해야만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종합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틈새를 파고들어 숱한 어려움을 딛고 선진국 못지않은 기술을 구축한 국내 중견기업들이 있다. 방위산업계에서는 이들을 ‘히든 챔피언’이라고 부른다.

◇첨단 무기의 핵심은 ‘광학’=아무리 뛰어난 무기체계라도 적과 주변 상황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눈’이 없으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이오시스템은 무기체계의 ‘눈’과 같은 광학부품과 광학장비류를 개발·생산해온 기술 중심 중견기업이다. 방산업계에서 이오시스템이 광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핵심 제품은 단안형 야간투시경을 비롯한 야시장비류다.

1991년 1월 17일 새벽. 이라크 바그다드를 공격하는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 장면이 녹색 화면에 선명하게 드러났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새벽녘 어둠 속에서 그 장면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야시경 덕분이다.

2003년 이라크전에서는 개인용 야시장비를 장착한 병사들이 야간에도 신속하게 이동하고 정확하게 목표물을 탐지해 타격할 수 있어 주야간 전투를 수행할 수 있었다. 육안으로 물체를 관측하기 곤란한 야간에 목표물을 탐지·식별하는 장비가 야시장비다. 현대전에서 야시장비는 필수품이다. 특히 이오시스템이 개발해 생산하고 있는 단안형 야간투시경은 가볍고 탐지거리가 길고 상용건전지 1개로 사용이 가능하다. 달빛이나 별빛 아래 행군은 물론 야간운전, 근거리 관측, 지도 읽기, 차량 정비, 응급처치가 가능하다. 이오시스템의 야시장비들은 우리 군뿐 아니라 동남아, 남미에서도 인기 품목이다.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에 120만 달러가량의 장비를 팔았다. 이오시스템은 야시장비뿐 아니라 총기류에 부착되는 조준경, 관측장비인 열영상관측경도 개발하고 있다.

군 기술을 활용해 상용 제품도 개발하는 민·군 기술융합 작업도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미사일 발사 탐지 및 경보 시스템에 활용되는 기술을 이용해 UV카메라를 만들어냈다. UV 기술은 2012년 정부로부터 신기술 인증을 받기도 했다. 또 군 기술인 자동측지 기술을 활용해 3D 레이저 스캐너도 개발 중이다. 1979년 2명의 엔지니어가 시작한 이오시스템은 광학기술이 불모지나 다름없던 시기에 오직 이 분야에 매진해 이제는 광학기술 선진국인 독일, 이스라엘, 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현대 무기체계 기반은 정밀주조=국내 방산업계에서 ‘정밀주조’하면 첫 번째로 떠올리는 곳이 바로 한국로스트왁스다. 정밀주조와 항공기용 가스터빈 블레이드로 뛰어난 기술력과 전문성을 자타가 인정하는 기업이다.

1979년 설립된 한국로스트왁스는 왁스를 태우는(Lost-wax) 공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선두주자다. 로스트 왁스 공법이란 왁스(밀랍)로 틀을 뜬 다음 쇠로 그 형태를 만들어 녹이는 매우 정교하고 섬세한 주조 작업을 말한다. 회사는 이 공법으로 각종 생산설비와 정밀 시험평가 및 검사설비 등 첨단 연구·개발·생산 체제를 갖추고 항공기 부품과 선박, 발전설비 핵심 부품을 개발해 양산하고 있다.

회사는 1989년 부설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항공기 부품산업의 기반 기술인 초내열합금을 이용한 진공정밀주조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국내 정밀주조 업계 최초로 진공용해로를 설치해 ‘정밀주조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터빈 블레이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초내열합금 개발 성공으로 미국의 GEAE사로부터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인증을 받았고 미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 등으로부터는 제조 및 품질보증(QA) 시스템 인증을 획득했다. 이처럼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인증 획득으로 국제 경쟁력을 높여 항공기용 가스터빈 블레이드, 대형 선박용 로토블레이드를 수출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투기의 주요 부품을 국산화해 자주국방에 기여하겠다는 게 한국로스트왁스의 각오다. 장세풍 사장은 19일 “모든 병기의 출발점은 금속이고 기초소재 분야가 튼튼해야 진정한 자주국방을 이룰 수 있다”며 “금속으로 된 어떤 정밀 부품도 우리는 개발할 능력이 있고 자신 있다. 특히 항공부품 국산화를 통해 자주국방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김재중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