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통합, 교계 최초 ‘페이퍼리스 회의’ 가보니… 종이 대신 태블릿PC “환경 살리는 녹색총회”

입력 2014-03-20 03:31


19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2층 회의실. 예장 통합 각부 총무 및 기관장 회의가 열리고 있었지만 회의자료나 메모지 등 종이가 전혀 없었다. 평소 두툼한 서류뭉치가 있어야 할 책상엔 태블릿PC 15대가 놓여 있었다. 교계에서 처음으로 종이 사용을 줄이고 전자문서를 적극 활용하는 ‘페이퍼리스(Paperless)’ 회의 현장이다.

16명의 참석자들이 자리에 앉자 이상원 예장 통합 전산홍보팀 간사가 입을 열었다. “왼쪽 상단에 있는 전원 버튼을 누르시고 화면에 있는 ‘이제트 PDF’ 아이콘을 클릭해 주세요.” “아, 여기로 들어가면 되는구나.” 이홍정 사무총장 등 교단 실무자들은 신기한 듯 670g짜리 태블릿PC를 매만졌다. 총회는 10인치 태블릿PC로 구글 드라이브에 접속하고 그날의 회의 문건을 PDF로 다운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 보고부터 드리겠습니다.” 변창배 기획국장의 말이 떨어지자 “사아악” 하는 소리가 났다. 손가락으로 전자책을 넘길 때 나는 효과음이었다.

개인용 태블릿PC를 가져온 참석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직접 인터넷 주소에 접속해 69쪽짜리 문건을 다운받았다. A4용지 1장을 복사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이 50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날 회의에서 절약한 금액만 5만5200원 정도다. 경제적으로도 큰 이득이 되는 셈이다. 이 간사는 “녹색총회, 환경을 살리는 통합 교단의 모토에 걸맞게 복사용지와 복사기 토너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게 됐다”고 말했다.

종이 없는 회의였음에도 평소와 진행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획국 보고사항 중 혹시 질문사항이 있나요.” 이 사무총장의 질문에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 참석자들은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메모하느라 바빴다.

이정권(56) 세계선교부 총무는 “안경을 끼지 않고도 문서를 볼 수 있을 만큼 글씨 크기가 큼지막해서 좋았다”면서 “회의 때 수정안이나 추가 조항을 삽입할 때 좀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익숙해지면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신영(53) 해양의료선교부 총무는 “총회에선 부서별 실행위원회, 상임위원회, 특별위원회 등 다양한 회의가 수백 차례 열린다. 만약 9월 총회 때 1800쪽짜리 회의록과 회의안 및 보고서를 전자문서로 대체한다면 수억원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