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박강섭] 한국판 에어비앤비 육성을

입력 2014-03-20 02:50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008년에 설립된 에어비앤비(Airbnb)는 지구촌을 무대로 해서 독특한 숙소를 가진 사람들과 숙박할 곳을 찾는 사람들을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연결해주는 커뮤니티 장터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192개국 3만4000개 도시에 사는 현지인들의 빈방 30여만개를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직접 확인하고 예약해 주는 에어비앤비는 지금 이 순간에도 2초에 한 건씩 계약을 성사시키고 있다. 바로 창조관광의 성공 모델인 것이다.

에어비앤비의 탄생은 공동 창업자 조 게비아와 브라이언이 낸 ‘궁하면 통한다’는 궁즉통(窮則通)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직장을 그만둔 두 사람은 아파트를 빌려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 찾기에 골몰하고 있었다. 그때 집주인은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돈 한푼 없던 그들은 거실에 칸막이를 치고는 숙소를 구하지 못해 쩔쩔매던 디자이너 3명에게 방을 빌려준다. 이것이 에어비앤비 사업의 출발이 됐다. 그들도 처음에는 이 아이디어가 세계적으로 히트를 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융복합형 창조관광사업이 창조경제의 핵심 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창조관광사업은 기존 관광산업과 연계해 창조성, 혁신성, 개방성, 기술성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와 시너지를 창출하는 차세대 성장엔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제2차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관광 분야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광산업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견인할 주역으로 창조관광사업을 꼽은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도입한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이 창조경제의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텃밭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연인지 혜안인지는 몰라도 공모전이 시작된 해는 2011년으로 창조경제를 슬로건으로 내건 박근혜정부가 탄생하기 2년 전이었다.

이 공모전을 통해 지난해까지 창조관광사업으로 발굴된 180여건 중 80%가 실제 사업으로 구체화되었다. 일반 벤처기업 창업 성공률이 10%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창업 과정에서 사업화 자금 지원은 물론 해외 벤치마킹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전문교육 및 컨설팅 등 다차원적인 지원이 이루어진 것은 물론이다.

관광객을 모객해서 커미션을 챙기는 여행사가 유일한 관광기업이었던 현실에서 창조관광 벤처기업들의 아이디어와 성과는 관광산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2012년 공모전에서 입상한 춘천 의암호의 카누체험 상품은 지난해 8만5000명을 유치하는 기염을 토했다. 데이터 로밍이 필요 없는 관광지도 내비게이션을 개발한 관광벤처기업은 기업 가치가 70억원을 웃돌고 있다.

잘나가던 외국계 증권사를 그만두고 인력거 체험 상품을 개발한 ‘아띠인력거’의 이인제씨는 지난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관광벤처 기업인으로 회사는 1년여 만에 100배의 성장을 달성했다. 이밖에도 현지인을 가이드 삼아 지역의 제철음식을 맛보는 여행 등 참신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잇달아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문체부와 관광공사는 ‘창조에서 창업까지’를 주제로 올해도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을 개최한다. 총 상금도 8억원으로 대폭 늘리고 사업화 자금은 물론 해외 벤치마킹 기회도 제공한다. 아울러 내년부터 5년 동안 500억원 규모의 창조관광기업 육성 펀드도 조성해 자금도 지원키로 했다.

관광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존의 관광기업은 레드오션에서 표류하고 있지만 창조관광기업은 블루오션을 순항하고 있다. 관광은 IT처럼 대단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아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빈손으로도 창업이 가능하고 성공 확률도 높은 편이다. 한국판 에어비앤비를 꿈꾸는 청년 창업자들이 관심을 갖는 까닭이다.

하지만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더 싼 가격으로 유사한 상품을 카피해서 내놓는다면 창조관광은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고사할 수밖에 없다. 창조관광기업이 착근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법적으로 보호받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