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共 합병’ 강공 이후… 서방에 한방 먹인 푸틴, 다음 펀치는?

입력 2014-03-20 03:2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어디까지 갈까.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연방 일원으로 사실상 편입되면서 푸틴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크림의 요청 하루 만에 합병 조약을 체결한 푸틴은 예상 밖 ‘강공’으로 서방에 벌써 한 방 먹였다.

러시아 연방헌법재판소는 19일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합병 조약에 대해 만장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크림공화국과 세바스토폴 특별시(市)를 각각 자국의 84, 85번째 행정구역으로 편입하는 조약이 러시아 헌법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러시아 하원과 상원은 다음 단계인 조약 비준을 위해 19∼21일 각각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미 서명하고 헌재까지 합헌 결정을 내린 이상 이후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해 보인다. 합병을 위한 러시아 측의 법적 절차는 다음 주쯤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의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내 다른 친(親)러시아 지역을 러시아로 편입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트란스니스트리아 의회의장은 러시아 의회의장에게 자국의 러시아 합병 가능성을 묻는 서한을 보냈다고 러시아 일간 베도모스티가 보도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사이의 인구 50만명에 불과한 소국이다.

니콜라에 티모프티 몰도바 대통령은 “트란스니스트리아가 크림처럼 러시아와 합병하려 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며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러시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가 크림 합병에 이어 우크라이나 남부지역을 장악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전날 합병 조약 체결 직후 러시아계 무장세력이 크림 내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공격해 1명이 숨지기도 했다. 19일에는 친러시아 자경단 약 200명이 세바스토폴의 우크라이나 해군기지를 습격했다. 영내에 진입한 이들은 본부 앞 광장에 러시아 국기를 올렸다.

다급해진 서방은 러시아에 충격을 줄 만한 제재 방안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각각 “러시아의 크림 합병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20∼21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강도 높은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영국은 러시아에 대한 군수품 수출 허가를 중단하고, 해군 연합훈련을 취소했다. 미국 백악관은 주요 7개국(G7) 정상과 EU가 다음 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한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 “스프링을 너무 세게 누르면 반동이 생긴다”며 서방의 제재에 손놓고 있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