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폴리 현숙 (11) 내 마음 속 잘못된 믿음을 무너뜨려준 ‘프라소’

입력 2014-03-20 02:38


2003년 폴리 목사는 콜로라도의 B단체에서 섬겼다. 이 단체에서 남편은 ‘백만 권의 성경클럽’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 세계로 성경을 보내는 사역을 했다. 간사들은 배로 늘어나고 기금도 물밀듯이 모여들었다. 사실 이것은 폴리 목사의 은사이다. 기금을 받아서 단체가 선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그리스도인들이 선교에 동참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장성한 분량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단체도 자원봉사의 문을 열어 놓고 그들이 북한사역에 동참하게 한다. 남편은 미국의 기금모금 분야에서 이러한 방법으로 약 1300개 단체를 훈련시켰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6개월 후 그 단체의 비리를 알게 되었다. 이를 제기한 남편은 해고당했다. 하나님의 콜링에 순종했던 우리는 많은 재정적 희생을 감수했었다가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내 평생 하나님과 멀어진 적은 있어도 그분의 존재를 의심한 적이 없었는데 이때는 그랬다. “어떻게 이런 단체가 40년씩이나 미국에서 그 큰 기금을 받고 건재할 수 있을까?”

폴리 목사는 어린이 전도협회의 부회장인 버즈 베이커와 만나는 스케줄이 있었지만 상황을 설명하고 만나지 않으려 했다. 그는 그래도 만나자고 했다. 남편이 함께 나가자고 해서 나가니 그쪽도 아내와 함께 왔다. 그들은 자신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노라며 위로해 주었다. 헤어지려는데 그의 아내가 “성경공부 한번 해 보지 않겠어요?”라고 제의했다. 그녀가 바로 프라소의 설립자인 로라 베이커 여사이다. ‘프라소’는 그리스어로 ‘연습하다, 반복하다’의 뜻으로 우리 안의 잘못된 습관을 점검하고, 좋은 습관을 갖도록 알려주는 성경공부 교재이다.

나는 그 당시 하나님에 대한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100일 동안 하나님과 결판을 짓기로 했다. 매일 새벽에 B단체 건물에 가서 손을 들고 7바퀴씩 돌면서 울부짖으며 기도했다. 마치 여리고성을 무너뜨렸듯이 이 단체도 무너뜨려 달라고. 후에 세계중보기도센터에 가서 기도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하루 종일 이 프라소 교재에 매달렸다. 영어로 공부하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런데 100일 후 하나님은 B단체를 무너뜨리신 게 아니라 나의 죄악된 생각과 태도를 허무셨다. 이 교재가 내 마음속의 여리고성이 있었음을 알게 해 주었다.

난 이 교재가 한국의 깨진 영혼들을 돕는 데 사용되도록 간구했고, 하나님은 응답하셨다. 수년 동안 우리 단체의 모든 사역에 이 교재는 큰 힘을 발휘했다. 요즘 청소년들의 왕따 문제, 자살충동, 우울증, 소외와 진학 등을 성경말씀으로 도울 수 있는 ‘틴 프라소’의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님이 이것을 통해 하실 일들을 기대해 본다.

바쁜 일정에도 나는 가끔 남한 기독교인들을 위한 세미나를 하고 있다. 작년에 목사들 모임에서 프라소 세미나를 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교회의 회복은 목사의 부부관계부터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서 부부세미나를 고집했다. 첫째 날부터 눈에 띄는 부부가 있었다. 부부 간에 대화를 하라고 해도, 하지 않고 서로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다. 서로 대화를 할 때마다 과거의 상처가 독이 되어 서로를 공격하고 할퀴었다. 목사 부부가 앞으로 나와 용서를 비는 시간을 가졌다. “절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예, 나는 당신을 용서합니다.” 우리는 정식으로 눈을 맞추고 하는 이런 연습이 잘 안 되어 있다. 성령님의 도움으로 모든 부부는 울음바다 속에서 부부 간의 화합이 이루어졌다.

그 문제의 부부는 사모님이 나오지 않겠다고 버텼다. 사모님은 “우리는 안 돼요. 해도 안 될 걸 왜 해요?”라고 말하며 희망을 잃은 상태였다. 우리 모두가 함께 그들을 위해서 기도했고, 그들은 결국 화해가 이루어지는 격한 시간을 가졌다.

정리=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