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개봉하는 색깔 있는 영화 두 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프라이버시’
입력 2014-03-20 02:35
20일 개봉하는 영화는 20편에 달한다. 성경 창세기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영화화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노아’를 비롯해 각양각색 작품이 관객을 찾는다. 이들 개봉작 중 대중성이 강하진 않지만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한 색깔 있는 영화 두 편을 미리 만나보자.
화려한 색감 스타일리시한 화면 일품
1927년, 상상의 국가인 주브로스카 공화국. 이곳엔 고색창연한 인테리어가 일품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있다. 호텔 지배인의 이름은 구스타프(랄프 파인즈). 구스타프는 호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지배인으로 화려한 언변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뒤흔드는 인물이다.
평화롭던 그의 일상에 변화가 시작되는 건 대부호인 마담 D(틸다 스윈턴)가 호텔에 갔다 온 며칠 뒤 시체로 발견되면서부터다. 구스타프는 조문을 하기 위해 호텔 말단 직원인 제로(토니 레볼로리)와 함께 마담 D의 저택을 찾는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그는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게 되고 감옥에 투옥된다. 구스타프는 자신의 무고를 인정받기 위해 탈옥을 시도하는데….
지난달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감독 웨스 앤더슨)은 감독의 재기가 번뜩이는 작품이다. 황당한 상황들이 만화처럼 펼쳐지지만 유치하지 않고 기괴한 장면들이 군데군데 등장하지만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화려한 색감이 빚어내는 스타일리시한 화면이 일품이다. 근사하게 만들어진 세트는 감탄을 자아내고 가구나 의상, 각종 소품 등에서는 장인정신까지 느껴진다. 관객에 따라선 영화를 보며 미술관을 관람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 듯하다.
삶의 비애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솜씨 역시 대단하다. 앤더슨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 랄프 파인즈 외에도 ‘앤더슨 사단’으로 통하며 감독의 전작들에 출연했던 틸다 스윈턴, 빌 머레이, 에드워드 노튼 등이 출연해 명불허전의 연기를 보여준다. 청소년관람불가.
24시간 개인 감시… 민주국가의 허상
영국 영화제작사 워킹타이틀이 만든 작품 중엔 수작이 많다. ‘노팅힐’(1999)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 ‘레미제라블’(2012) ‘어바웃 타임’(2013)…. 이들 영화는 섬세한 감성의 결을 조심스럽게 담아내며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시간이 흘러도 두고두고 회자될 작품들이다.
영화 ‘프라이버시’(감독 존 크로울리)는 워킹타이틀이 만든 법정 스릴러 영화라는 점에서 우선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은 영국의 런던. 어느 날 이곳의 한 재래시장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한 터키인이 용의자로 지목되고 변호사 마틴(에릭 바나)과 클로디아(레베카 홀)가 변호를 맡게 되는데, 두 사람은 진실을 좇으면 좇을수록 이 사건이 ‘평범한’ 테러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테러의 한 축엔 정부의 추악한 음모, 바로 정보기관의 은밀한 비밀이 도사리고 있었다.
특이한 건 정보기관 사람들이 24시간 폐쇄회로(CC)TV를 통해 마틴과 클로디아의 내밀한 사생활을 파악해 두 사람을 협박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과연 두 사람은 정보기관의 협박을 이겨내고 통쾌한 ‘결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민주국가의 허상을 예리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관객에 따라선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만 진행되는 스토리 전개에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이야기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만들어내는 서사의 ‘리듬’이 아쉽다.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돼야 할 법정 장면은 시시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와 다른 영국의 낯선 사법제도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겠다. 15세가.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