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버스커 ‘벚꽃 엔딩’ 2014년 도 봄 특수… ‘벚꽃 연금’ 유행어 등장도

입력 2014-03-20 02:21


“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 이 거리를∼ 밤에 들려오는 자장노래∼ 어떤가요∼.”

올해도 어김없이 들려온다. 그룹 소녀시대와 투애니원(2NE1) 등 많은 가수들의 신보 속에서도 ‘벚꽃 엔딩’(앨범 사진)의 역주행이 시작됐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은 이달 초부터 멜론 등 각종 음원차트에서 슬금슬금 고개를 내밀더니 금주 들어 10위권 안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봄 특수를 누리며 차트를 석권한 모습과 판박이다.

‘벚꽃 엔딩’은 케이블 채널 Mnet ‘슈퍼스타K’ 시즌 3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버스커버스커 정규 1집 타이틀곡이다. 세 멤버들끼리 충남 천안 북일고 벚꽃축제를 갔다가 연인들끼리 온 모습에 질투가 나서 만든 노래로 오는 29일이면 발매 2주년을 맞는다. 낭만적인 풍경을 묘사하는 노랫말과 어쿠스틱한 멜로디가 특징인 포크송으로 경쾌한 리듬과 보컬의 가성이 백미다. ‘슈퍼스타K’ 출연 당시 우승자인 그룹 울랄라 세션에 비해 주목도가 낮았지만 버스커버스커는 ‘벚꽃 엔딩’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별다른 방송 출연 없이도 10만장 가까이 판매고를 올린 데뷔 앨범은 ‘여수 밤바다’ ‘첫사랑’ 등 수록곡 대부분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올해도 찾아온 ‘벚꽃 엔딩’ 인기를 두고 새삼 놀라는 눈치다. 저작권 수입만으로 평생 먹고 살 걱정이 없겠다는 이유로 ‘벚꽃 연금’이라는 표현이 유행하고 있고, 다음 달 결혼하는 장범준을 빗대 ‘벚꽃 축의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창작의 영감은 실제 연애와 이별에서 얻었다”는 멤버들의 소회는 ‘봄의 캐롤’이라는 극찬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가요계에 시즌송은 많았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 박효신의 ‘눈의 꽃’, 쿨의 ‘해변의 여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벚꽃 엔딩’처럼 매년 차트를 석권할 정도로 위력을 떨치는 노래는 흔치 않다. 신곡 히트를 위해 각종 트렌드와 마케팅 기법을 총동원하는 기획사,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섹시 콘셉트까지 내세워야만 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버스커버스커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대중음악평론가 한동윤씨는 “단순한 시즌송 같지만 ‘벚꽃 엔딩’은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와 감각적인 가사가 있다”며 “벚꽃은 피었다 지는 기간이 무척 짧은데 봄의 기운을 만끽하고 싶은 대중의 욕구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노래”라고 평가했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