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에 한방 먹인 푸틴, 다음 펀치는?
입력 2014-03-19 20:18 수정 2014-03-20 10:3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어디까지 갈까.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연방으로 사실상 편입되면서 푸틴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크림의 요청 하루 만에 합병 조약을 체결한 푸틴은 예상 밖 ‘강공’으로 서방에 벌써 한 방 먹였다. 크림반도 내 우크라이나 군기지는 친(親)러시아 자경단 등에 무기력하게 넘어가고 있다.
러시아 연방헌법재판소는 19일 푸틴 대통령이 전날 서명한 합병 조약에 대해 만장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크림공화국과 세바스토폴을 각각 자국의 84, 85번째 행정구역으로 편입하는 조약이 러시아 헌법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러시아 하원과 상원은 다음 단계인 조약 비준을 위해 19~21일 각각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합병을 위한 러시아 측의 법적 절차는 다음 주쯤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가 크림 합병에 이어 우크라이나 남부지역을 장악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우크라이나 본토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19일 세바스토폴에서는 친러시아 자경단 약 200명이 우크라이나 해군기지에 난입했다. 철제 출입문을 용접기로 절단하고 영내로 진입한 이들은 본부 앞 광장에 걸려 있던 우크라이나 국기를 러시아 국기로 바꿔 달았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는 부대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이어 해군 사령관 세르게이 가이둑 소장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대거 기지를 떠났다. 알렉산드르 비트코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관이 이곳을 찾아 가이둑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주민과 자경단이 우크라이나 해군기지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크림공화국 수도 심페로폴에서는 러시아계 무장세력이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공격했다. 양측에서 1명씩 숨졌다. 크림 정부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철수를 종용하고 있다. 이들은 심페로폴의 우크라이나 해군기지를 몰수해 러시아 흑해함대로 이전할 방침이다.
다급해진 서방은 러시아에 충격을 줄 만한 제재 방안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각각 “러시아의 크림 합병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20∼21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강도 높은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영국은 러시아에 대한 군수품 수출 허가를 중단하고, 해군 연합훈련을 취소했다. 미국 백악관은 주요 7개국(G7) 정상과 EU가 다음 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한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 “스프링을 너무 세게 누르면 반동이 생긴다”며 서방의 제재에 손놓고 있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