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병권] 기후변화정책 재고해야
입력 2014-03-20 02:34
며칠 전 지구온난화가 과학이 아니라는 그린피스 공동설립자 패트릭 무어의 주장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가 미국 상원에서 말한 핵심은 ‘인간 활동이 기후변화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이산화탄소 배출과 지구 온도 상승 사이엔 아무런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빙하기 시대에는 탄소량이 지금보다 10배나 많았지만 인류는 건재했고, 환경운동가들의 기후변화 예측이 부질없음을 역사가 입증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단히 흥미로운 주장이다. 필자는 전적으로 옳다고 동조하는 건 아니나,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의 원인, 더 나아가 지구의 기후변화를 어떤 측면으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 지구온난화의 원인에 대해 과학자들은 태양표면 온도의 변화, 태양표면의 흑점 크기 변화, 지구궤도의 변화, 지구표면에서 일어나는 화산 활동, 해양의 대순환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생물의 진화와 지표면의 변화 그리고 대기의 온도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가스 등을 통해서도 그 원인을 추리해 왔다.
지질학적 자료에 의하면 지표면은 11억년 전 이후 ‘기온이 높은 기간(Green house)’과 ‘기온이 낮은 기간(Ice house)이 1억년 내지 수억년 주기로 반복됐으며, 이 기간 지표면의 온도와 이산화탄소가 같이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다. 최근 유럽 빙하학자들이 러시아의 남극 기지가 있는 보스토크에서 1999년 빙원을 시추해 얻은 코아(얼음 조각)와 2004년 돔 시(Dome C)에서 얻은 코아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지구표면의 온도와 이산화탄소의 양이 규칙적으로 같은 변화의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산소 동위원소값을 측정해 지구의 온도를 측정한 연구에서는 6500만년 전부터 현재까지 2번의 큰 빙하기가 있었으며, 5200만년 전에는 현재 기온보다 10도 정도 높았다. 또한 지구의 기온이 짧은 기간 급격하게 하강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며, 1만2000년 전에는 지구의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던 기간이 있으며 이를 영거 드라이스(Younger Dryas)라고 부른다. 그리고 500년부터 1000년 사이 기온이 급상승한 중세 온난한 기간(Medieval Warm Period), 200년 전부터 400년 전 사이 지구 온도가 많이 하강한 소빙기(Little Ice Age)가 존재했다.
해저 퇴적물에 포함돼 있는 석회질 성분의 산소 동위원소값을 측정한 연구에서는 약 13만년 전 해수면이 현재의 해수면보다 높았고, 지구의 기온도 현재보다 높았다고 한다. 이처럼 지구의 기온은 다양한 측면에서 계속 변화하고 있다. 지구 내부에 기인한 변화는 수천만년에서 수억년 기간에, 지구궤도에 기인한 변화는 수천만년에서 수만년 주기로 그리고 태양표면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해수의 순환 등에 기인한 원인들은 주기가 대단히 짧다.
그동안의 연구 경험에 의하면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에서 강조하는 가설 즉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지표면의 온도를 상승시킨다는 가설이 맞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 지구의 기온과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서로 비례하고 있으나 그중 어느 것이 원인인지 밝혀지지 않았으며, 지구의 오랜 기록에 기온은 항상 상승과 하강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인류가 산업혁명을 통해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급격히 증가시키기 전부터 있었던 자연현상이다. 또한 기온 상승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과학자들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규명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따라서 IPCC 보고서와 교토의정서를 근거로 한 우리나라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박병권 한국극지연구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