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야당 정강정책 적당히 봉합할 일 아니다

입력 2014-03-20 02:51

국민 지지 받으려면 치열하게 토론해 노선 분명히 해야

새정치민주연합의 통합 세력 간 노선 갈등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주요 정책에 대한 조율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당 창당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창당 합의 이후 민주당이 안 의원 측을 적절히 배려하면서 순항하는 듯했으나 대북정책에서부터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안 의원 측이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 계승’을 정강정책에서 빼자고 한 데 대해 민주당 측이 강력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안 의원 측이 이념논쟁의 소지를 없애고 민생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지만 민주당으로서는 김대중·노무현정부의 업적을 깡그리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되기에 수용하기 어렵다고 봐야겠다. 논란이 커지자 안 의원은 “6·15와 10·4 선언의 정신은 우리가 발전적으로 계승해야 할 소중한 가치”라면서 한발 뺐다.

이에 따라 논란은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갈등은 앞으로 계속 불거질 것이기 때문에 봉합이 능사가 아니다. 통합신당이 창당 발기취지문에서 “성찰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를 아우르는 당을 만들겠다”고 표방한 것 자체가 분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봐야 한다. 두 세력이 지난번 대선 때 협력한 사이이긴 하지만 이념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안 의원으로서는 ‘새 정치’를 명분으로 중도·우파로 지지층을 넓히는 데 치중할 것이며, 이에 맞서 민주당은 민주주의적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집토끼’를 잡는 데 주력할 것이 분명하다. 양측의 끊임없는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정강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치열하게 토론을 해서 당의 진로를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얼렁뚱땅 넘어갈 경우 두고두고 짐이 될 수 있다. 양측이 대북정책뿐만 아니라 복지 등 다른 여러 정책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특히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에 확고한 지지 입장을 갖고 있는 데 반해 안 의원 측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전략적 조합’을 추구하고 있다. 대북정책과 복지정책은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이후 총선과 대선에서도 핵심적인 이슈가 될 것이기 때문에 차제에 분명하게 정리하는 것이 옳다. 그것만이 통합신당의 살길이며, 국민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다.

정책과 노선에 대한 분란이 생길 때마다 봉합에 급급한다면 통합신당의 이미지가 어느새 회색집단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강정책을 밀실에서 결정할 것이 아니라 공개토론을 통해 마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봄직하다. 결국 신당은 정강정책을 성찰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의 단순한 합성이 아니라 국리민복과 민생을 중심에 두고 두 가치를 초월적으로 융합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