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편 관리감독 권한 포기한 듯한 방통위

입력 2014-03-20 02:41

종합편성채널 TV조선·JTBC·채널A와 보도채널 뉴스Y가 19일 향후 3년간의 채널 재승인을 획득한 것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직무유기에 가까운 결과다. 편파·막말 보도로 적지 않은 말썽을 빚었던 종편 3사가 재승인 심사를 간단히 통과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부위원장과 야당 추천 상임위원이 채점표 공개를 요구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겠는가.

심사위원회 구성 당시부터 보수 쪽 인사들이 지나치게 많아 부실 심사 우려가 제기됐지만 결국 전원 재승인 통과라는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위원장부터 정치성 짙은 여권 편향 인물을 자리에 앉히더니 형식적인 심사 절차만 거친 채 수준 낮은 종편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을 들어도 별 할 말이 없게 됐다. 방통위의 통렬한 반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종편은 보도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많다. 지난 2월 공개된 종편 사업계획서상 편성 비율을 보면 TV조선의 경우 24.8%였지만 실제 방송에서 차지한 비율은 무려 48.2%로 전체 프로그램의 절반에 육박했다. 말이 종편이지 뉴스전문채널과의 차별성은 없었다. 더욱이 하루 종일 ‘뉴스특보’란 빨간 자막 아래 우리나라가 마치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 국민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듣지 않는가.

다른 종편도 오십보백보다. 제작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토론 프로그램만 우후죽순처럼 만들어 보수적 시각만 노골적으로 선보이니 국민들로부터도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토론 프로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패널리스트 선정에 공을 들이지 않고 한쪽 시각을 가진 사람만 집중적으로 내보내는가 하면 사회자의 지나친 간섭으로 토론 도중 자리를 떠나가는 웃지 못할 일조차 있어 시청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시청자주권은 망각한 지 오래란 말이다.

‘5·18 북한군 침입설’ 등 확인되지도 않은 출처 불상의 보도로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미국에서의 민항기 사고 때에는 중국인을 폄하하는 듯한 보도로 물의를 빚은 데 이어 최근에는 특정 지역 사람들을 정신이상자로 모는 비정상적인 발언을 그대로 내보내기도 했다. 다양한 편성을 통해 시청자를 위하겠다는 종편 출범의 본래 취지는 새까맣게 잊어 먹은 듯 하다.

국민의 소중한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준사법적 기능을 맡고 있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엄정 중립 인사를 위원에 앉혀 모범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은 방통위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수준 미달의 프로그램을 무차별적으로 내보내는 종편의 경우 방통위의 워치독(watchdog) 역할이 성공을 담보하는 중요한 열쇠다. 그러나 이번 심사결과를 보면 그 같은 역할은 방통위에 기대하기 어려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