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姜후보자, 위장전입 사과로 끝낼 일인가

입력 2014-03-20 02:31

고위공직자는 직무의 성격상 일반인에 비해 보다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부적절한 인사가 그 직을 맡을 경우 그 피해가 모든 국민에 미치기 때문이다.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고위공직자 후보에 대해 사전검증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항간에 “탈세, 병역면제, 위장전입은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한 3종 세트”라는 비아냥거림이 나돈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00년 6월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그런 얘기가 줄어들기는커녕 사람들의 입방아에 계속해서 오르내리는 것은 고위공직(후보)자의 도덕불감증이 여전하다는 반증이다. 지난 7일 안전행정부 장관에 내정된 강병규 후보자도 예외는 아니다. 인사청문회 준비과정에서 강 후보자는 장남 학교문제로 1997년과 2000년 두 차례 위장전입했고, 부인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농지를 소유하기 위해 직접 농사를 짓는 것처럼 관련서류를 거짓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후보자는 주민등록법, 부인은 농지법 위반이다.

사실을 시인한 강 후보자는 19일 사과하고 농지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행여 강 후보자가 위장전입을 하고도 고위공직에 오른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그게 무슨 대수냐고 여기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안전행정부는 주민등록업무를 총괄하는 부서다.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사람이 안전행정부 장관이 돼서 국민들에게 위장전입하지 말라고 하면 그 영(令)이 제대로 서겠는가.

위장전입은 엄연한 범법행위다. 현행 주민등록법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5000명이 넘는 사람이 위장전입으로 처벌을 받았다. 힘없는 다수에겐 죄가 되는 행위가 소수의 권력자에겐 별 일 아닌 것으로 취급되면 법치는 무너진다. 이래놓고 아무리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쳐본들 그 진정성을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 박근혜정부 인사시스템의 난맥상이 또 한번 드러났다. 불법사실을 사전에 몰랐다면 인사라인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추천했다면 현 정부 인사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