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진 목사의 시편] 킬링 없이 힐링 없다

입력 2014-03-20 02:38


누가 인생은 전쟁이고 삶의 터전은 전장이라 했던가. 그래서 그런지 인생은 킬링과 힐링의 끊임없는 반복이다. 살기 위해 죽이고 죽이기 위해 사는 것이 인간의 실존이다.

요즘 힐링이 대세다. 그러나 진정한 힐링은 킬링 없이 불가능하다. 킬링은 죽이는 것이요, 힐링은 살리는 것이다. 힐링은 병든 것을 치유하는 것이요, 무너진 것을 회복하는 것이요, 고장난 것을 고치는 것이다. 몸에 해로운 세균을 죽여야 건강한 세포가 살고 생명의 활동력이 활기차게 움직인다.

악을 죽여야 선이 살고, 추함을 제하여야 정함이 드러난다. 어두움을 이긴 것이 빛이듯 부정과 부조리를 척결해야 정의롭고 공의로운 사회가 된다. 미움과 시기 질투를 죽여야 사랑과 애정이 향을 낼 수 있다. 부도덕과 패륜, 불륜이 사라져야 가정이 살고 도덕적 사회가 되고 윤리가 있는 밝은 세상이 된다. 무질서와 혼돈이 사라져야 아름답고 조화로운 환경이 주어진다. 지체와 정체가 없어져야 전진과 진보를 이룰 수 있다. 게으름과 나태가 죽어야 부지런함과 열심이 생긴다.

거짓이 죽어야 진실이 살아난다. 죄악의 자아가 죽어야 생명의 주님께서 내 안에 거하시며 영원을 얻게 된다. 삶이 무엇인가. 죽음을 이긴 것 아닌가. 병원이 바로 건강을 해치는 세균을 죽이고 깨끗하고 생명력 있는 세포를 살리는 곳 아닌가. 몸을 아프게 만들고 활동을 불편하게 만드는 균을 죽이고 몸에 유익한 건강한 세포를 살 수 있도록 모든 여건을 만드는 곳 아닌가. 경찰서와 법원은 불법과 무법, 무질서와 혼돈을 바로잡고 세상을 가지런하게 만드는 곳이 아닌가.

학교가 왜 존재하나. 돈버는 기계, 고액 연봉자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도록 가르치는 곳이 아닌가. 선생님과 교수들이 무엇하는 사람인가. 올바른 것을 가르치고 건전한 사회를 가꾸며 세우는 사람들이라고 확신한다.

교회 성당 사찰 등 종교기관 역시 영혼을 살리고 정신을 살리고 마음과 생각을 살리는 곳이 아닌가. 성직자들은 죄인을 구원하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고 인간성을 회복시키고 새롭게 하는 이들이 아닌가. 이 땅에 존재하는 조직과 모임과 정당이나 단체 등의 모든 활동은 모두가 살기 위한 몸부림이 아닌가. 개인이 살고 가정이 살고 지역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일을 하는 기관들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가.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일, 우리의 유익을 위해 다른 이들의 권리마저 무시하는 일이 벌어진다. 문제는 나만 멋지고 근사하게 살겠다고 우리만 즐겁고 행복하겠다고, 높은 가치의 정직과 성실을 가볍게 여기며 남을 죽이는 일은 세상을 어지럽게 한다는 것이다. 함께 살고 더불어 누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미덕이 필요하고 욕심을 죽이는 내적 킬링을 해야 진정한 힐링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닐까.

<수원중앙침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