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고 가리면 단속 걱정 뚝”…번호판 손상시켜 단속 피한 모범운전자
입력 2014-03-19 15:53
[쿠키 사회] 차량 번호판 글자를 바꿔 신호·과속위반 단속을 피한 택시기사가 모범운전자로 선발돼 혜택을 누린 것으로 밝혀졌다. 모범운전자는 시속 20㎞ 미만까지 과속을 할 수 있고, 초과하더라도 벌점 없이 범칙금만 부과된다. 택시기사는 테이프로 번호판 글자를 가리거나 못을 이용해 번호판을 긁는 등 교묘한 수법으로 15차례나 경찰 단속을 피했다.
19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차량 번호판을 훼손해 신호·과속위반 단속을 피한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로 개인택시 기사 조모(53)씨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2010년 3월부터 최근까지 자신의 개인택시 차량 앞 번호판의 ‘사’를 ‘지’로 바꿔 서울·경기 일대에서 15차례나 과속·신호위반 적발을 피했다. 조씨는 단속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번호판에 적힌 ‘사’의 자음 ‘ㅅ’을 검은색 테이프로 붙여 ‘ㅈ’처럼 보이게 했다. 모음 ‘ㅏ’도 못으로 긁어낸 뒤 번호판 배경색과 같은 노란색으로 칠해 ‘지’로 바꿨다.
조씨는 번호판을 조작한 채 신호위반 1차례, 속도위반 14차례 등 단속카메라에 적발됐으나 차량 번호판이 경찰 전산망에 없어 단속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꼬리가 긴 조씨의 범죄 행각은 곧 발각됐다. 조씨는 지난달 21일 오전 8시46분쯤 송파구 올림픽로 진주아파트 앞 버스전용차로를 지나가다 전용차량 단속 카메라에 단속됐다. 경찰은 조씨의 차량을 범죄이용 차량으로 통보하고 수사에 나서 조씨의 차량을 찾아냈다.
경찰 조사결과 조씨는 경찰청이 인정한 10년 무사고 모범운전자로 선발됐다.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모범운전자가 누릴 수 있는 20㎞ 미만 과속 혜택과 벌점 없이 과태료 처분만 받는 ‘과속 프리미엄’을 누린 것이다. 경찰은 현재 조씨의 모범운전자 자격을 취소하고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정훈 기자 oik416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