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공판 ‘모르쇠 증언’… “검사만 보면 사지 떨려… 원래 기억력 떨어져”
입력 2014-03-19 03:30
국가정보원에서 트위터 활동을 맡았던 심리전단 요원들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재판에서 잇달아 모르쇠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기억력이 떨어진다’거나 ‘검사만 보면 사지가 떨린다’는 등 질문과 상관없는 말을 쏟아내며 검찰 조사 과정에서 했던 진술을 잇달아 번복하고 있다.
전 국정원 직원 김모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18일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검사만 보면 사지가 떨려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트위터 활동 장소를 묻는 검사의 질문과는 관계없는 답변이었다. 김씨는 법정에서 검사 질문을 받고 “덩치 큰 팀장(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이 와서 ‘진술해야 살 수 있다’고 했다” “체포될 때 아노미 상태였다” 등 동문서답을 반복했다. “국정원 업무 이전에 트위터를 사용한 적이 있느냐”는 단순한 질문에도 대답을 피하자 재판부가 “별 거 아닌 일인데 정말 기억이 안 나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씨는 1987년 안전기획부 공채로 입사했고 지난해 퇴직 후 전문위원으로 국정원에 남은 ‘베테랑 요원’이다.
김씨는 검찰 조사 당시 “매일 오전 10시 국정원 내부망으로 트위터 활동 관련 이슈와 논지를 받았다”며 활동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그렇게 말했다면 거의 천재다. 나는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내 기억력으로 이렇게 자세히 진술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말을 바꿨다. 전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심리전단 김모 요원도 “내가 원래 기억력이 떨어진다”며 답변을 피해 방청객에서 수차례 실소가 터졌다. 국정원 직원들이 법정에서 진술을 잇달아 번복하면서 검찰 조사 당시 진술서와 법정 증언 중 어느 쪽에 신빙성을 부여할지는 재판부 몫으로 남게 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