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사업 40년(중)] 헬기·항공기까지 우리손으로… KAI·대한항공, 한국 防産 위상 높였다
입력 2014-03-19 03:25
(중) 방위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주역들 ①
전 세계에서 항공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독일 등 11개국뿐이다. 그만큼 항공산업은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셈이다. 제조업의 꽃이자 미래산업 및 신성장 동력의 핵심 분야로 항공 분야가 각광받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KT-1 기본훈련기를 인도네시아 터키 페루에 수출한 데 이어 고등훈련기 T-50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등 항공산업에서 탄탄한 기반을 쌓아가고 있다. 미래전쟁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무인기 개발과 항공기 개조 분야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함정 분야에서도 우리나라 방위산업체들은 최고 기량을 자랑하고 있고, 고도의 첨단 기술이 필요한 정밀유도무기 분야에서는 세계 유수 업체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자주포와 장갑차 등 지상무기체계 수준 역시 국제 무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주요 무기체계 분야에서 한국 방위산업이 호평받는 데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국가안보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지난 40년간 기술 개발에 치열한 노력을 경주해온 업체들의 역할이 컸다.
◇방위산업의 종합예술 항공산업 약진=1999년 출범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우리나라 항공방위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KAI는 ‘항공기 제작의 명가(名家)’답게 KT-1 기본훈련기를 생산한 데 이어 T-50 고등훈련기와 FA-50 경공격기, 4인승 민항기 KC-100을 만들어냈고 정찰용 ‘송골매’ 등 무인기 제작도 시작했다. 2009년에는 세계에서 11번째로 독자적인 모델의 헬기 ‘수리온’을 생산해냈다. 수리온은 2013년 실전배치돼 육군의 기동헬기로 활약하고 있다.
KAI는 방위산업의 수출산업화에도 앞장서고 있어 KT-1과 T-50을 수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경공격기 FA-50을 이라크에 판매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계약금액은 21억 달러(약 2조2121억원)로 방위산업 분야에서 단일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KAI는 군수 항공기 개발에서 축적한 기술을 토대로 보잉이나 에어버스 같은 세계적인 항공업체들이 진행하고 있는 국제공동개발사업에 핵심 협력업체로도 참여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대표적인 대형 항공기 기체 구조물을 설계하고 동체 등 부품들을 생산한다. 또 KAI는 항공기의 수명 연장과 임무 변경 및 추가에 따른 항공기 개조 및 개량 사업에도 탄탄한 실력을 구축하고 있다. 노후화된 해군의 대잠초계기(P-3)를 기체수명 연장 작업과 탑재임무 장비 첨단화를 통해 현대화된 초계기 P-3CK로 변모시켜 우리 군의 해상전력 강화에 기여했다.
KAI는 보라매 사업으로 불리는 한국형 전투기(KF-X) 생산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항공기 제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전투기 생산도 하게 되는 셈이다. KAI는 헬기 사업도 확대해 소형 무장헬기(LAH)와 소형 민수헬기(LCH)를 개발하고 한국형 발사체 체계총조립업체로서의 준비도 갖출 예정이다. 하성용 KAI 사장은 18일 “완제기와 민간 항공기 부품 수출 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2020년에는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며 “세계 15위권 항공우주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우주기술시대 열어=우리나라 항공산업의 대표주자인 대한항공은 민항기 분야뿐 아니라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글로벌 종합기업이다. 대한항공은 1976년 500MD 헬리콥터 조립생산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서 항공기 제작 시대를 열었다. 500MD는 77년 육군에 인도됐다. 당시 항공산업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고(故) 조중훈 회장은 회고록에서 “막대한 투자비용과 불확실한 수익성을 감안하면 항공기 제조 사업은 그룹의 사운을 건 것과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이익을 얻기 위해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국가의 소명으로 생각했기에 물질적 손실은 개의치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후 공군 전투기 F-5E/F 조립생산, UH-60 수송헬기 제작 등 다양한 영역을 개척해온 대한항공은 현재 무인기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무인항공기는 탑재임무 장비의 발전과 전자정보 수집, 공중 통신중계 등으로 미래전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대한항공은 틸트로터 무인항공기의 기술검증을 위한 모델 개발을 진행 중이다. 틸트로터 무인항공기는 헬기와 같은 회전날개와 전투기 같은 고정날개의 장점을 모두 갖춰 수직 이착륙과 고속 비행이 가능한 신개념 무인항공기로 정밀한 첨단 제어기술이 필요하다.
미국도 이 기술을 실용화했지만 아직 이를 활용한 무인항공기는 개발하지 못한 상태다. 대한항공이 세계 최초로 틸트로터 무인항공기를 생산하는 업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산업본부 관계자는 “무인기 시장은 미국 등 몇 나라가 과점하고 있지만 우리 기술력으로 파고들 시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육군 및 해병대 사단용 주야간 감시정찰 무인항공기도 올해 말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며 30여년 전 제작했던 500MD 헬기를 무인기로 개조해 활용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제작뿐 아니라 항공기 성능개량 작업과 정비 작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 공군 F-15 전투기의 정비·성능개량 작업을 맡아 현재까지 550여대를 정비했다. 우리나라 최초 위성인 무궁화 1호를 비롯한 각종 위성 사업에서 위성 본체 제작과 지난해 1월 발사에 성공한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 총조립 과정에 참여하는 등 본격적인 우주기술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