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5쪽 ‘칼 바르트’ 번역… 7개월간 수도사처럼 일해

입력 2014-03-19 02:05


손성현 박사, 가장 인상 깊은 번역책은 ‘어린이 성경’

최근 ‘칼 바르트’(복있는사람)가 출간되면서 ‘바르트 다시 보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935쪽이나 되는 책의 번역자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인공은 손성현(43·사진) 박사로 지난해 2월 칼 바르트 번역을 시작해 7개월 만에 끝냈다. 그는 “도서관에서 수도사처럼 번역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 감신대 근처 카페에서 만난 그는 “가슴이 뛰어서 주체할 수 없었다. 젊은 무사가 당대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며 “바르트는 스위스의 자연과 독일의 문호 프리드리히 쉴러의 영향으로 격정적 드라마와 같은 글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생생한 번역을 위해 유튜브도 활용했다. 바르트의 육성을 들었고 번역하다 지칠 땐 바르트가 좋아했던 모차르트를 감상했다.

독일어 전문 번역가인 그는 지금까지 13권의 책을 번역했다. ‘한스큉의 이슬람’과 ‘역사적 예수’는 각각 1264쪽, 862쪽에 이를 정도로 부피가 크다. ‘어린이 성경’ ‘사랑하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생태주의자 예수’ 등도 알려져 있다.

손 박사는 번역서 중 가장 인상 깊은 책으로 ‘어린이 성경’을 꼽았다. 독일 튀빙겐대 유학시절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책이다. 그는 “삽화가 독특한 게 특징”이라며 “스마트폰이나 영상매체에 상상력을 저당 잡힌 아이들에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번역에서 저자와의 친밀함을 중시한다. 마음이 통해야 저자의 의도를 알고 정확한 번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스 큉의 경우 이메일로 소통했고 격려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요즘 다시 바르트를 만난다. ‘로마서 주석’ 번역을 시작했다. 그는 감신대에서 기독교교육학을 가르치며 서울 용산구의 영파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글·사진=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