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밥먹여 주더라” 민초 어머니들 외침

입력 2014-03-19 02:10


밥보다 예수/강영길 지음/홍성사

누구에게나 마음 한켠에 따뜻함과 가슴 뭉클한 느낌으로 와 닿는 단어가 있다. 바로 ‘어머니’다. 숱한 믿음의 사람들, 하나님의 일꾼들을 만나 보면 그 뒤에는 어머니의 ‘눈물의 기도’가 있었다.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뜨거운 사랑은 기독교 신앙을 유산으로 남겨주고 싶은 욕심에서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저자는 고교 국어교사를 지내다 말씀의 진리를 글로 풀어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여러 권의 책을 썼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믿음의 어머니들, 신앙 선배들의 촘촘한 시선으로 풀어낸 간증집이다.

책에는 ‘12명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정확히 말하면, 주인공 중 한 명은 천국을 전하는 ‘기도하는 아버지’다. 장애인 부부로 뇌염을 앓은 아내 윤숙자 집사는 말을 거의 못한다. 이런 아내를 살뜰히 챙기는 남편 이승복 집사는 “가진 게 없고 건강하지 않지만 뭐든지 행복하다. 사는 게 천국”이라고 말한다.

이 집사를 비롯한 다른 어머니들 역시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분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가슴은 예수의 뜨거운 심장으로 힘차게 박동한다. 또 그 누구보다도 활기차게 기쁨과 감사로 하루를 산다. 그래서 모두 “예수가 밥 먹여 주더라!”고 외친다.

주인공들은 60∼70대 ‘예수쟁이들’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이는 장순복 권사로 올해 아흔이다. 장 권사는 스무 살에 교사였던 남편에게 시집와 병을 얻은 남편의 병구완과 전도에 평생을 보냈다. 남편이 아픈 것을 며느리 탓으로 돌리는 시댁의 구박을 받으며 26세부터 예수를 믿기 시작했다. 이는 종갓집 장손인 남편에 대한 반항으로 받아들여졌고 핍박은 더 심해졌다. 예수를 못 믿게 하면 이혼하겠다는 결심을 했으나 남편이 말렸다. 시편 23편을 늘 묵상하며 남편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던 중 남편이 기절했다가 깨어나 예수를 믿는 기도응답이 이뤄졌다. 남편을 위해 기도한 지 48년 만이었다. 남편은 먼저 갔지만 지금도 시골교회를 지키며 신앙의 본을 보여주고 있는 장 권사의 신앙은 많은 크리스천들에게 진정한 믿음이 무엇인지를 삶을 통해 느끼게 만들어 준다.

주인공들의 신앙이 값진 것은 어렵고 힘든 삶 속에서 주위의 핍박과 고난을 견디며 예수를 믿어왔다는 사실이다. 당장 먹을 한 끼 식량이 없어도, 예수에 미쳤냐며 손가락질하는 핍박에도 그들은 꿋꿋이 신앙을 지켰다. 밥보다 예수가 귀한 이유, 모든 것 다 잃어도 예수만은 잃을 수 없는 이유, 예수께 자기의 모든 것을 다 드려야만 하는 이유를 ‘밥보다 예수’가 보여준다.

저자는 한국 교회의 초석이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교회를 지탱해 온 어머니들임을 인지, 이들의 헌신 이야기가 영악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취재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대상자들 모두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무계획인 상태에서 만났으며 취재 후 원고를 완성하고 보니 그 안에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자신도 간증했다.

또 “나 자신은 논리와 철학에 심취한 문학도였기에 환상이나 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으나 이번 취재를 통해 이것이 일종의 교만과 오만이었음을 알았다”며 “하찮은 이성으로 감히 초자연적인 하나님을 제한하려 했음을 반성하고 성경을 절대적으로 믿는다”고 털어놓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공통분모는 ‘헌신’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생활의 중심이 모두 교회였다’는 점이다. 책이 주는 교훈은 한국 교회 성도들은 은혜에 급급할 게 아니라 자신이 섬길 교회를 찾아가 헌신해야 하고 교회에서 사람을 만나야 한다. 또 식사를 하고 병문안을 가고 기도를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진정한 예수 사랑과 헌신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교회를 일구며 목회자를 섬겨 온 권사, 장로들의 삶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잔잔한 물결처럼 이어진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특히 어머니 세대의 신앙 정신을 본받기 원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