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유럽 순방… 서방·러시아 누구 손 들어줄까

입력 2014-03-19 02:29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갖기로 함에 따라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해법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 외교부 리바오둥(李保東) 부부장은 17일 외교부에서 열린 시 주석 유럽순방 설명회에서 “시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양국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 부부장은 이와 관련해 “중국은 관계 당사국들에 긴장 완화를 위해 자제력을 보이도록 촉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산하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자슈둥(賈秀東) 연구원은 이에 대해 “중국과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가 비교적 크다”며 “쌍방이 기존 입장을 표명하는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가 대립하더라도 중·미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쥔(牛軍)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미국과 러시아 간 신뢰는 하락하고 있다”며 “하지만 중·미는 핵 안보와 반(反)테러 활동에 있어서 상호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를 묵시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은 지난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표결에서 ‘크림자치공화국 주민투표 무효’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중·미 정상회담에서는 신형대국관계, 반테러, 북한 핵, 이란 핵, 티베트 문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실종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됐다. 티베트 문제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난 뒤인 만큼 “미국은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힐지 관심을 끈다.

시 주석은 22일부터 11일에 걸친 유럽 방문을 통해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벨기에, 유럽연합(EU)본부 등을 방문함으로써 유럽과의 정치·경제적 유대를 한층 다지는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당초 알려졌던 홀로코스트 기념관 방문은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의 유럽 순방에는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도 동행한다. 펑 여사는 출국에 앞서 중국을 방문하는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를 만나게 된다. 펑리위안-미셸 ‘퍼스트레이디 외교’는 양국 간 우의를 다지는 윤활유와 같은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중·미 관계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미셸 여사는 20일부터 26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