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후 급팽창’ 첫 직접증거 발견 의미… 대폭발 지점·우주의 팽창 속도 계산 가능성 열었다

입력 2014-03-19 03:18

이번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연구센터의 중력파 발견은 지금까지 가설로만 존재하던 우주팽창 이론이 실제 ‘현상’이었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이번 발견이 검증을 통과한다면 우주의 빅뱅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얼마나 오래전에 얼마만큼의 속도로 우주가 팽창했는지를 계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력파 발견의 의미=빅뱅은 우주가 대폭발로 인해 시작됐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우주 전 공간의 균일성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많았다. 천체물리학자 앨런 구스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80년 우주팽창 이론을 주장했다. 이 이론의 핵심은 우주가 중력파로 인해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모든 공간에 고르게 퍼져나가며 급팽창했다는 것이다. 잔잔한 호수에 손가락을 넣으면 물결이 일정하게 퍼져나가듯 중력파가 퍼져나가면서 지금의 우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패턴을 찾지 못해 가설에 머물러 왔다. 이번에 발견된 ‘B-모드 패턴’이 중력파의 존재를 입증한 것이다. 이 패턴은 현재 망원경으로 관찰이 가능한 가장 오래된 시점인 빅뱅 후 38만년쯤 뒤에 새겨진 것으로 보인다.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라 예측됐고 이론상으로도 존재했지만 그동안 직접 발견된 적은 없었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연구센터는 이번 실험을 위해 일종의 망원경인 ‘바이셉2(BICEP2)’라는 관측 장비를 이용했다. 바이셉2는 일종의 망원경으로, 중력파로 인한 패턴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물질인 우주배경복사(CMBR)를 탐지하는 기구다. 연구팀은 온도가 낮고 대기에 습기가 없는 남극에 바이셉2를 설치한 뒤 CMBR 데이터를 3년간 분석했다. 이번 실험의 신뢰 수준은 5.9시그마로 일반적인 사회과학 조사에서 쓰이는 2시그마(신뢰 수준 95.4%)보다 엄격하다.

◇학계 반응=이번 발견으로 인해 천체물리학계를 포함한 과학계 전체도 ‘노벨상을 탈 수 있는 발견’이라며 흥분에 휩싸였다. 유럽우주국에서 플랑크(Planck)위성을 통해 수집된 정보로 B-모드 패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온 조 던클리 박사는 “우리가 현재 보는 은하와 별, 모든 행성이 그 찰나의 순간 모두 형성됐다는 우주팽창 이론이 황당한 이론으로 들릴 수 있다”며 “그러나 만약 이번 발표 결과가 확정된다면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말로 다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과학계에서도 이번 발견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송용선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그동안 앨런 구스 모델을 통해 우주 형성에 관한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불편했던 것은 해당 모델이 가설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천문연 측은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우주 초기 중력파는 우주가 급팽창했다는 거의 유일한 직접적인 증거로 알려져 최근 10여년간 많은 관측 노력이 있었다”면서 “이번 발표는 인플레이션 우주론의 직접적 증거가 되는 초기 우주가 만들어낸 중력파를 검출한 것으로 빅뱅부터 현재 우주까지의 인과관계를 잘 설명하는 증거”라고 밝혔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연구센터를 포함해 스탠퍼드대, 스탠퍼드선형가속기센터(SLAC) 국립연구소,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와 캘리포니아공대, 미네소타대 등이 주도한 연구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에 제출돼 심사를 거치고 있다.

Key Word-‘우주배경복사(CMBR)’와 ‘중력파’

CMBR은 우주 전체를 균일하게 가득 채우고 있는 일종의 열복사를 의미하며 지구 어느 곳에서 관측해도 일정하게 분포돼 있다. 중력파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 운동을 할 때 방출되는 에너지 파동으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그 존재가 추정돼 왔다. 우주가 빅뱅으로 인해 급팽창하면서 중력파가 퍼져나갔고, 이로 인해 CMBR에 특별한 패턴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여겨져 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