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입양 후 숨진 현수 사건 계기 ‘입양 장사’ 논란…홀트복지회 “1명 보낼 때마다 523만원 적자”

입력 2014-03-19 03:08 수정 2014-03-19 08:13


미국 입양 104일 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현수(3) 사건으로 국내 입양기관의 ‘입양 장사’ 논란이 불거졌다. 세이브더칠드런 등 아동보호 단체들은 지난 3일 입양기관의 수입 내역을 공개하라고 보건복지부에 질의서를 제출한 상태다.

그러자 현수 입양을 주선했던 홀트아동복지회가 18일 처음으로 회계 내역을 공개하며 “아이 1명을 해외에 입양시킬 때마다 평균 523만원씩 비용 부담을 떠안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홀트가 양부모에게서 받는 입양 수수료를 4년 새 30% 이상 올린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홀트가 공개한 ‘2013 국내외 입양비용’ 자료를 보면 해외입양 어린이 1명당 홀트에 들어오는 돈은 양부모의 입양 수수료 1만8000달러와 정부가 지원하는 생계비·양육수당 월 55만2820원이다. 버려진 아이는 국내입양 우선 정책에 따라 5개월간은 국내에서 입양 가정을 찾아야 한다. 해외입양은 5개월 후부터 추진할 수 있는데 통상 2년이 걸린다.

따라서 아이 1명을 해외로 입양시킬 때 홀트에 들어오는 돈은 2년치 정부 지원금 1327만원과 양부모 수수료 2082만원(지난해 환율로 환산한 액수)을 더한 3409만원이다.

반면 해외입양 1명당 지출되는 돈은 2년간 3932만원이라고 홀트 측은 밝혔다. 버려진 아이를 입양 전까지 돌보는 위탁양육비 1566만원, 인건비 1218만원, 식료품비 120만원과 해외입양아 사후관리 비용 262만원 및 수속비 119만원 등이다. 해외입양 1명당 평균 523만원이 부족해 이를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계장부에 따르면 지난해 홀트의 입양사업 총 지출액은 사업비 50억9700만원, 인건비 28억6700만원, 관리운영비 8억9300만원, 감가상각비 3억9313만원 등 92억5090만원이었다. 정부 지원금은 38억3698만원(41.5%), 수수료 수입은 21억8181만원(23.6%)에 불과해 지출의 34.9%를 후원금(32억3210만원)에 의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입양기관이 ‘돈’이 되는 해외입양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홀트의 입양 수수료는 가장 많이 입양되는 미국을 기준으로 2009년부터 4년간 31.8%나 인상됐다. 2009년 1만1000달러였던 입양 수수료는 2010년 1만3000달러, 지난해 1만4500달러로 올랐다. 여기에 양부가 별도 후원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아동인권센터 등의 단체가 입양기관의 ‘수입 구조’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지출 내역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입양기관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인건비와 위탁양육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항목이 모호해 정말 양육에 쓰인 돈인지 분명치 않다”며 “수수료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감독할 시스템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 입양기관들에 대해 “입양기부금을 ‘입양알선비용 수입 항목’에 포함해 처리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