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꾸면 잘한다?… 프로야구 선수 ‘개명 열풍’

입력 2014-03-19 02:04


2014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예전의 이름을 버리고 새로 태어나는 ‘개명 열풍’이 뜨겁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역대 총 27명의 선수가 현역 시절 이름을 바꿨다. 지난해와 다른 한글 이름으로 2014년 프로야구에 등록한 선수는 5명이다. 한자만 바꾼 롯데 투수 심수창(33)까지 포함하면 6명이다.

야구선수가 개명을 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프로야구 원년(1982년) 멤버인 김바위 현 롯데 전력분석원의 원래 이름은 김용윤이었다. 그는 MBC 청룡 시절 코치진과 동료들이 같은 팀 주전 포수 김용운과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자, 이듬해(1983년) 혼동을 피하려고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최근에는 야구선수로 뜨기 위해 개명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롯데 손아섭(25)이다. 손아섭이 2007년 롯데에 입단할 때 이름은 손광민이었다. 당시 유망 외야수로 성장하던 손광민은 2009년 ‘아섭’(兒葉·땅 위에서 최고)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개명 효과일까. 2010년부터 주전 외야수로 기용되기 시작한 손아섭은 꾸준히 3할 이상의 타율을 올리고 있다.

같은 팀 박준서(32)와 박종윤(31)도 마찬가지다. 박남섭에서 이름을 바꾼 박준서는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멀티플레이어로 활약 중이고, 박종윤도 박승종이었던 시절 빛을 보지 못하다 이름을 바꾼 뒤 기회를 잡았다. LG포수 윤요섭(32)도 윤상균이던 시절 주로 대타나 지명타자로 나섰지만 이름을 바꾸고 LG의 ‘안방마님’을 꿰찼다.

SK 투수 전유수(27)는 2011년 9월 경찰청에서 제대한 뒤 전승윤이라는 이름을 포기했다. KT 위즈의 왼손 투수 김주원(23)은 2차 드래프트가 열리기 일주일 전인 지난해 11월 15일까지만 해도 ‘김민식’으로 살다가 ‘김주원’으로 개명했고 2차 드래드프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따냈다.

‘넥센 외야수 장기영’으로 지난해 10월 포스트시즌까지 치렀던 장민석(32)은 한달쯤 뒤인 11월 26일 두산 내야수 윤석민(29)과 맞트레이드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두산 전천후 투수로 뛰던 김태영(34)은 지난해 7월 ‘크게 영화로워지겠다’는 의미로 개명 절차를 마쳤지만, 2013시즌까지 김상현이란 예전 이름을 썼다. 2014년을 시작하면서 새 이름으로 등록하려 했는데, 마침 2차 드래프트에서 KIA 타이거즈에 낙점됐다. 이 밖에도 넥센 투수 장시환(27·장효훈)이 지난해와 다른 이름으로 등록했다.

‘개명 성공사례’로 통하는 손아섭은 ‘인내’를 강조한다. 그는 “개명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면서 “상당기간 고전할 수 있기 때문에 잘 버티고 끊임없는 훈련으로 심신을 단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