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자’ 변신하는 멋쟁이 아줌마들

입력 2014-03-19 03:06


꽃샘추위도 물러가고 봄이다. 더욱 따사로워질 햇살과 살랑살랑 뺨을 간질이는 봄바람에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를 것이다. 검정 패딩 코트에 검정 스키니 바지로 지난겨울을 보냈던 알뜰 주부들도 새 옷 한 벌 마련하고 싶은 계절이 바야흐로 시작되고 있다.

“막상 옷을 사려고 해도 뭘 살지 모르겠어요.” “허리도 두루뭉술해지고 얼굴도 예전 같지 않아 어떤 옷을 입어도 태가 나지 않아서….” 서른 넘은 아줌마들이라면 한두 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그래도 멋스럽게 옷 입는 아줌마들 적지 않은데, 그들의 비결은 뭘까. 지난가을 출간한 이후 2쇄까지 ‘완판’될 만큼 주부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무크지 ‘에프·북-서른 넘어 옷 입기’에서 맵시를 뽐낸 30∼40대 아줌마 3명과 지난 14일 전화 데이트를 했다. 그들만의 멋 내기 비법과 알뜰 쇼핑 노하우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키가 160㎝ 미만인 아담한 체구의 김지영(42·경기 남양주)씨는 “배와 엉덩이, 팔뚝 살은 가리고 전체적인 실루엣이 길어 보이도록 조끼, 민소매 톱, 7부 소매 튜닉(통자형 상의)을 레이어드(겹쳐입기) 한다”고 말했다. 레이어드 룩을 연출할 때는 여러 벌 중 한 벌만 무늬 옷이나 진한 색상으로 골라 악센트를 주어야 산만해 보이지 않는다.

175㎝의 늘씬한 키를 자랑하는 김문정(40·경기 용인 동촌동)씨는 “55 사이즈를 입지만 뱃살과 엉덩이 살은 있어 상의는 넉넉하고 길게 입는 대신 바지는 딱 붙는 스키니를 입는다”고 했다. 심플한 스타일을 즐긴다는 문정씨는 “리넨이나 면 소재의 머플러를 여러 장 준비해 다양하고도 멋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색 옷에는 체크무늬나 꽃무늬, 무늬가 있는 옷에는 단색 머플러를 목에 한번 휙 둘러 자연스럽게 늘어뜨리기만 해도 표정이 살아있는 옷차림이 된다는 것.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한다는 허수영(36·서울 상암동)씨는 “위는 헐렁하게, 아래는 딱 붙게 입되 옷은 최대한 심플하게 입고 팔찌나 가방 등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준다”고 했다. “그러면 패션에 관심이 좀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며 그는 호호 웃었다.

출산경험이 있는 아줌마들의 아킬레스건은 역시 뱃살과 엉덩이·팔뚝 살이다. 그 군살들을 가리기 위해선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을 보기 좋게 감춰 주는 레이어드룩이나 헐렁한 상의가 특효약이다.

멋쟁이 아줌마들로 꼽힌 이들은 올봄 어떤 옷을 쇼핑 목록에 올려놓고 있을까? 문정씨는 올봄 여심을 홀리고 있는 레이스 열풍에 동참할 생각이란다. 그는 “무릎길이 레이스 스커트를 구입해 그 위에 얇은 니트를 입고 진주 목걸이를 하면 여성스러우면서도 우아한 차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영씨는 속옷 같은 느낌의 면으로 된 무릎길이 민소매 원피스를 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봄에는 재킷이나 카디건과 함께 입고, 여름에는 원피스만 입을 수 있어 활용도 높은 아이템이다.

수영씨는 왁스 진을 눈여겨보는 중이다. 왁스 처리를 해서 반짝반짝 윤이 나는 왁스 진이라면 위에 헐렁한 티셔츠만 입어도 세련된 ‘프렌치 시크 스타일’ 연출이 가능할 것이란다. 그는 “좀 더 날씬해 보이는 스키니 진으로 할까, 아니면 살이 붙기 시작한 엉덩이를 편하게 가려 주는 배기 스타일로 할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배기 스타일은 엉덩이 부분이 헐렁한 디자인의 바지다.

알뜰 멋쟁이로도 유명한 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쇼핑을 할까. 지영씨와 문정씨는 SPA 브랜드(제조와 유통을 함께 하는 기획 브랜드)를 주로 애용한다고. 특히 지영씨는 “저처럼 체구가 작다면 세일 폭이 큰 아이들 옷을 눈여겨보라”고 재미있는 쇼핑 팁을 내놨다. 요즘 아이들은 체구가 커서 15, 16세의 큰 사이즈 옷은 55, 66 사이즈 여성들에게도 잘 맞는다는 것. 지영씨는 “요즘처럼 계절이 바뀔 때는 브랜드는 물론 고속버스터미널 상가, 동대문 등 시장에서도 겨울옷과 지난해 봄옷을 큰 폭으로 세일 한다”고 귀띔했다.

수영씨는 “외투나 재킷 등 겉옷은 값이 조금 나가더라도 좋은 옷을 구입해 오래 입는 것이 외려 경제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정씨는 “지금 사고 싶은 이 옷이 내가 갖고 있는 다른 옷과 어울려 입을 수 있는 것인지, 꼭 필요한 것인지 100번쯤 생각해 본 다음 구입한다”면서 “충동구매는 금물”이라고 못 박았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