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화약고’ 가자 지구 3만 달러의 기적… 한국Y 후원으로 청소년 농구·탁구팀 첫 결성

입력 2014-03-18 17:55 수정 2014-03-19 03:21


“한국에서 후원금이 전달되기 전까지 가자YMCA에는 축구팀 외에 어떤 스포츠 팀도 만들 여력이 없었습니다.…하지만 여러분의 후원금으로 5개의 농구팀과 3개의 탁구팀이 생겼습니다. (이 두 종목은) 가자 지구의 유일한 스포츠팀이랍니다.”(슈헤일 타라지 가자YMCA 회장)

지난 7일 ‘중동의 화약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가자Y에서 보낸 편지를 받아든 한국Y전국연맹 생명평화센터 직원들에게는 기다리던 봄비만큼 반가운 소식이었다. 한국에서 보내준 재건 후원금으로 청소년 스포츠 팀을 만들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였다.

사연은 이렇다. 2012년 11월 중순,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으로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인 162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대다수는 민간인이었고, 어린이와 여성만 50명에 달했다. 가자Y의 긴급 지원 요청에 한국Y는 가자 지구를 위한 긴급호소문을 발표하고 후원콘서트를 여는 등 5개월간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이렇게 모은 성금 3만 달러(약 3200만원)가 가자Y에 전해졌다.

가자Y는 후원금 전액을 ‘청소년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투입했다. 먼저 남자 농구팀 3개와 여자농구팀 2개 등 5개 청소년 농구팀을 꾸렸다. 가자 지구에 청소년 농구팀이 생긴 건 팔레스타인 농구 연맹이 창설된 지 15년 만에 처음이었다.

가자Y는 농구팀에 이어 가자 지구 최초의 청소년 탁구팀도 조직했다. 17세 이하의 남자팀 2개와 18세 이하 여자팀 1개. 가자Y 탁구팀은 최근 팔레스타인 탁구연맹이 주최하는 경기에 출전, 17개 참가팀 가운데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타라지 가자Y 회장은 “무엇보다 자랑하고 싶은 것은 가자 지구에서 탁구를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여자 청소년 팀이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이라며 “여자 청소년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와 미래에 대한 비전은 우리에게 고무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현재 가자Y 소속 스포츠팀 선수는 175명. 지난 6개월간 활동한 연인원은 300여명에 이른다.

이윤희 한국Y생명평화센터 사무국장은 18일 “100년 전 일제 식민지 시절,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Y를 통해 야구 등 스포츠를 받아들여 꿈과 희망을 키웠다”면서 “100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Y와 한국교회가 전한 작은 정성이 평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음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라고 말했다. 한국Y는 향후 가자 지구를 포함,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과의 협력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