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관계 정상화 기대감 높아지고 있다
입력 2014-03-19 02:21
아베 총리는 과거 잘못 인정하고, 박 대통령은 대범해져야
한·일 관계에 봄바람이 감지된다. 일본군위안부의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1993년의 ‘고노 담화’ 수정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아베 신조 총리의 최근 발언이 물꼬를 텄다. 검증 절차를 거쳐 ‘고노 담화’를 수정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자 박근혜 대통령이 “다행”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박 대통령 반응에 대해 “환영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때마침 일본 자민당의 가와무라 다케오 선거대책위원장이자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이 오는 24∼25일 방한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등과 만나 양국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 때문에 다음 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자리에서 양국 정상이 회동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양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지 1년여가 흘렀지만 정상들이 만나지 못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갈등과 반목은 두 나라 모두에게 득이 안 된다. 불편한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양국 최고지도자의 결단이 절실한 상황이다.
관계 악화의 원인을 제공한 아베 총리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본 내 보수세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겠지만, 침략의 역사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한국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금까지 한·일 정상회담을 희망한다고 말하면서도 돌아서서는 일본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은 없었다거나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는 등 억지를 부려 왔다. 그런 탓에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는 발언의 신뢰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고노 담화’를 분명히 계승하겠다는 표현 대신 수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점도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것처럼 “고노 담화를 꼭 지키겠다”고 박 대통령에게 말하는 것이 제일이다. ‘고노 담화’가 발표됐을 때 국제사회는 일본을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할 줄 아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갔던 이들에 대한 사과와 보상도 조속히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한 맺힌 할머니들이 하나둘씩 숨을 거두고 있어 시간이 많지 않다. 독도 영유권 주장도 그쳐야 한다. 일제(日帝)가 한반도 침략을 본격화하던 1905년 독도를 불법으로 편입한 사실을 국제사회는 잘 알고 있다.
아베 총리는 과거의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한·일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으며, 국제사회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지 않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일본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 역시 국내 여론 때문에 선뜻 일본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모색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보다 유연하고 대범한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또 감정적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일본 국민들 마음까지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