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한테 폭행당한 30대 남성 자살

입력 2014-03-18 14:25

[쿠키 사회] 고교생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30대 남성이 생활고를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을 발생했다.

울산중부경찰서는 한 상가 엘리베이터에서 이모(32)씨를 집단폭행한 혐의로 10대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1시쯤 울산 중구 한 상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던 이씨는 10대 7명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오면서 미처 내리지 못하자 이들에게 “먼저 내리고 타라”고 말했다.

이에 흥분한 10대 7명은 이씨의 얼굴을 볼펜으로 찍고, 머리와 배를 집중적으로 때리는 등 집단 폭행을 가했다. 이씨가 119에 신고하자 이들은 자릴 떴고 인근병원에 실려 간 이씨는 코뼈와 눈 주변 뼈가 골절되는 피해를 입고 수술 후 8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고교생 1명은 코뼈가 부러지는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이들이 노래방에 들어가던 과정에서 시비가 붙어 싸움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에 나선 울산중부경찰서는 사건현장의 인근 CCTV를 분석해 가해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무리 7명 중 폭행에 직접 가담한 5명을 불구속 입건, 지난 2월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이씨는 사건 발생 80여일 만인 지난 11일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이씨가 폭행 후유증과 생활고 등을 비관해 자살했다고 경찰에서 주장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이씨는 퇴원 이후에도 두통으로 진통제나 술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한다고 가족에게 호소했다. 병원의 진단결과 뇌의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부종 현상에서 오는 통증으로 수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씨는 600만원 상당의 수술비가 없어 수술을 보류해야 했고, 울산으로 돌아온 지 2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이씨는 위암과 고환암 암투병 중인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음식점 배달 등으로 생활비를 부담해오던 이씨가 병원치료를 받으면서 생활형편을 더욱 어려워지자 지난 8주간의 치료비 430만원도 삼촌이 대신 내줬다. 폭행사건에 대한 합의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유족들은 이날 이씨의 장례를 치렀다.

검찰은 유가족 측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을 보완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울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