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납치피해자 발언권 주자 북한 대사 강력 항의 퇴장

입력 2014-03-18 03:47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럽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서세평 제네바대표부 대사가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최종 보고서를 둘러싼 각국의 공방 과정에서 항의 퇴장하는 등 회의장에 첨예한 대결 분위기가 연출됐다.

유엔 인권위의 이날 회의는 오전 9시 마이클 커비 위원장이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며 연설을 하고 이어 이 보고서에 대해 각국 대표들과 비정부기구(NGO)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순서로 짜여졌다.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커비 위원장이 북한의 인권상황을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짓고 이를 독일의 나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주와 비교하며 즉각적인 인권 개선을 촉구했다. 중국에도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존중해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강제로 되돌려 보내지 말고 적절한 보호를 하라”고 촉구했다.

커비 위원장의 연설이 끝나자 중국은 “탈북자들은 경제적 이유로 불법 입국한 범법자”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북한을 방문하지도 않고 증언만을 기초로 한 북한 인권보고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북한 서세평 대사도 “오늘도 국내외적으로 제도적인 인권유린을 일삼는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의 범죄행위부터 마땅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발언 차례에서 오카다 다카시 일본 제네바대표부 차석대사가 발언권을 이즈카 시게오(76)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가족 연락회’ 대표에게 넘기면서 문제가 생겼다. 오카다 일본 차석대사는 “북한이 정치범수용소와 납치문제에 대해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한 뒤 발언권을 1978년 딸이 북한에 납치된 이즈카 대표에게 넘겼다.

그러자 서세평 대사는 강력하게 항의하며 유엔 인권위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고 다른 북한 제네바대표부 직원들도 함께 퇴장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즈카 대표는 자신의 여동생 다구치 야에코(납치 당시 22세)가 일본에서 북한에 납치돼 대한항공 폭파 사건의 범인(김현희)에게 일본어 등을 가르쳤다고 언급했다.

이용상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