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 닭 살처분 매몰지서 침출수 재현 왜… 미생물 매몰방식 검증 안돼 당국 관리감독도 구멍

입력 2014-03-18 03:43


17일 세종시 부강면 등곡마을 산란계 살처분 매몰지에서 침출수 발생이 확인되면서 가축 매몰지 오염 문제가 이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에서 또다시 재현됐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도입한 미생물 활용 매몰 방식이 사용된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관리·감독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불과 15㎞ 떨어진 곳에서 침출수가 유출된 지 3일이 지나도록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부는 2010년 말 돼지 구제역 사태 당시 최악의 침출수 사태를 겪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11년도 가축 매몰지 침출수 환경영향조사 결과’에서 가축 매몰지 300곳 중 3분이 1이 넘는 105곳에서 침출수 유출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후 침출수 발생 방지를 위해 섬유강화플라스틱(FRP) 등 저장조에 사체를 넣는 처리 방식을 매몰의 원칙으로 정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AI 발생 이후 침출수 유출 우려에 대해 “저장조로 처리하는 방식이 90% 이상이기 때문에 침출수 우려는 없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지자체는 이번에 처음 도입된 미생물 활용 매몰 방식을 선호했다. 미생물 활용 방식은 땅을 50㎝ 정도 판 뒤 미생물 배양토와 배양액을 사체와 함께 매몰해 미생물 번식에 의해 가축을 분해하는 방법이다. 농식품부는 2011년 이 방식을 AI 긴급행동지침상 보조 매몰 방식으로 권장한 데서 보듯 이 방식은 부패 속도를 빠르게 하는 등의 효과는 있다.

문제는 지자체가 AI 긴급행동지침상 부패를 빨리 시키기 위한 보조 매몰법인 이 방식을 주된 매몰 방식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지자체의 살처분과 매몰 작업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농식품부는 전국적으로 미생물 활용 매몰 방식이 몇 건이나 이뤄졌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이번 등곡마을 매몰 작업을 지켜본 주민들도 이 방식이 주된 매몰 방식으로 쓰인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한 마을 주민이 찍은 매몰 작업 동영상을 확인해 보니 비좁은 매몰지에 겹겹이 쌓여 있는 닭 몇 마리가 살아 움직이자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막대기로 쳐서 재차 닭을 죽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주민은 “닭이 미생물 배양액과 섞여 생매장된 셈”이라며 “이 닭들이 발버둥치면서 침출수가 유출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미생물 활용 방식을 개발한 마이크로앱스 관계자는 “이번 침출수 사태는 미생물 활용 매몰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작업을 하면서 계곡의 물길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며 “미생물 활용 방식은 정부가 공인한 정식 매몰법”이라고 해명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