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하나 때문에… 현대·KT그룹, 신용등급 줄줄이 휘청
입력 2014-03-18 03:35
대형그룹 내 계열사들이 서로 신용도를 갉아먹고 있다. 계열사 한 곳이 위기에 몰리자 다른 계열사의 신용도까지 내려가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 14일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을 BB+(안정적)로 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의 신용등급은 종전 BBB+에서 무려 세 단계나 강등됐다. 이에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도 현대상선의 장기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내렸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는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으로 지정했다.
한신평이 현대그룹 계열 3곳의 등급을 일제히 내린 건 현대상선의 위기가 다른 계열사에도 독이 되기 때문이다. 이유선 한신평 애널리스트는 현대엘리베이터를 평가하며 “현대상선의 실적부진과 신용도 하락으로 재무리스크가 증가됐다”며 “파생상품과 지분법 관련 손실부담이 커진 것도 평가요소”라고 했다. 비교적 건실한 실적을 내는 현대엘리베이터도 형제 계열사의 손실로 피해를 본 것이다.
KT그룹 역시 최근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위기에 놓였다. 한신평은 지난 12일 KT와 다른 계열사인 KT렌탈, KT캐피탈, KT에스테이트, KT오토리스, KT텔레캅의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하향검토로 조정했다. 다른 신평사도 KT와 계열사 신용등급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권나현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KT의 100% 자회사인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재무위험 전이는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법정관리 신청이 KT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고 사업·재무 위험에 대한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