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협조자 김씨-블랙 요원 ‘김 사장’… 檢, 국보법 대신 모해증거위조 혐의 적용해 논란
입력 2014-03-18 03:22
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이 관련 혐의자들에게 잇달아 국가보안법상 날조 혐의 대신 형법상 모해증거위조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수사팀이 지난 15일 국정원 ‘블랙’ 요원인 김모 조정관(일명 ‘김 사장’)을 증거위조 공범으로 체포하면서 모해(謀害·꾀를 써서 남을 해침)증거위조와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국보법상 날조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지난 14일 국정원 협조자 김모(61)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와 같은 혐의였다.
모해증거위조와 국보법 날조 조항은 사실상 동일하다. 모해증거위조는 ‘피고인·피의자 또는 징계 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증거를 위조하거나 위조된 증거를 사용한 자’를, 국보법 날조는 ‘타인을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국보법 위반죄에 대해 증거를 날조한 자’를 처벌토록 하고 있다. 두 조항 모두 이번 증거위조 사건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다수 의견이다. 게다가 두 조항이 비슷할 경우 특별법인 국보법 날조가 일반 형법인 모해증거위조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수사팀이 국보법 날조(징역 7년 이상, 최대 사형)보다 형량이 낮은 모해증거위조(징역 10년 이하)를 적용해 국정원을 보호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 국보법 날조 조항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날조를 사전적 의미로 엄격하게 해석하면 협조자 김씨의 문서위조행위는 처벌이 가능하지만 이를 넘겨받아 재판부에 제출한 국정원 직원은 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날조라는 개념에는 위조된 문서를 재판에 제출하는 식으로 사용한 행위도 포함된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견해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해서는 안 된다는 국보법 날조 조항의 입법 취지를 볼 때 증거를 위조한 행위뿐만 아니라 위조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한 행위까지 모두 날조라는 개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보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검찰은 진보진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보법 위반 혐의자들에 대해 법을 폭넓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유독 이번 사건에서만 국보법을 좁게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