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 26년간 지휘 리셴녠 전 주석 “자녀들 사업하면 다리 부러뜨린다”

입력 2014-03-18 03:00


“누구든 사업을 한다면 다리를 부러뜨려 놓겠다.”

중국 경제를 26년간 주물렀던 리셴녠(李先念) 전 국가주석이 4명의 자녀들에게 내린 엄명이다. 부친의 뜻에 따라 리셴녠의 자녀들은 아무도 사업에는 눈 돌리지 않고 비교적 소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중국 혁명원로의 자녀들이 재계나 관계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장강일보는 17일 리셴녠의 막내딸인 리샤오린(李小林) 인민우호협회 회장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리 회장은 “개혁개방 이후 아버지가 식사자리에서 하신 말씀이 생생하다”면서 “아직까지 가족 중 아무도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자녀교육에 대해 매우 엄격하셨다”면서 “우리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너그러웠다”고 회상했다. 리셴녠은 항상 자녀들에게 “보통사람들이 하는 일을 해야 한다”면서 “관직에 나가려고 하지 말고, 돈도 벌지 말고 출세할 필요도 없다”고 말해 왔다. 그러면서 “맡은 일을 잘하기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리 회장은 아버지의 만류가 아니었다면 의사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리셴녠은 어린 시절 의사가 꿈이라는 리 회장의 말에 “어려서부터 담이 작은데 하루 종일 피 흘리는 것을 마주하면서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조언했다. 리 회장은 “마음속 깊이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고 의사의 꿈을 접었다”고 말했다. 대신 리 회장은 외국어 공부 쪽으로 진로를 돌렸다. 당시 리셴녠은 “무엇을 하든 반대하지 않겠다. 다만 뭘 하든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 회장은 우한(武漢)대학 외국어학부를 졸업한 뒤 인민대외우호협회의 통역관으로 들어갔다. 이후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따고 2년간 주미 중국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한 뒤 이 협회에서 33년째 일하면서 회장에까지 올랐다. 리 회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동갑으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며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마오쩌둥과 대장정을 함께한 중국의 혁명주역 중 한 명인 리셴녠은 재정부장, 부총리 등을 지낸 경제통 관료였다. 1983∼88년 국가주석을 지냈으며, 이후 중국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을 역임한 뒤 92년 사망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